뉴그레인지(Newgrange): 태양의 귀환과 재생

뉴그레인지 위치와 원형 무덤 형태

신석기인의 원형 무덤

아일랜드의 미스 주(Meath County) 보인(Boyne)강 굽이 위에 자리한 뉴그레인지는  기원전 3200년경에 신석기인이 남긴 거대한 원형 무덤이다. 스톤헨지나 기자 피라미드보다 더 이른 시기에 건립된 이 유적은 단순히 오래된 구조물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뉴그레인지는 자연의 주기를 이해하고 이를 건축에 정밀하게 반영했던 고대인의 사고방식을 오늘날까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도의 정렬, 그리고 빛의 길

뉴그레인지의 중심에는 어두운 통로가 있다. 길이 약 19m의 이 통로는 겨울 동지 무렵 해가 떠오르는 방향에 정확히 맞춰져 있다. 일출 직후의 저각도 빛은 통로 상단의 좁은 개구부를 통해 들어와 어둠을 뚫고 내부의 중앙 방을 밝힌다.

뉴그레인지 내부 통로

뉴그레인지 통로무덤의 중앙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 구간.

By O’Dea,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빛은 삼중 나선 문양을 비롯한 다양한 암각화 위에 약17분간 머문 뒤 사라진다. 고대인은 이 짧은 시간을 위해 거대한 구조물을 정렬했고, 그 현상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반복되고 있다.

빛이 완성하는 ‘재생’의 상징

동지는 해가 가장 낮게 걸리는 시기이며, 이후 태양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고대 아일랜드인들이 이 전환점을 ‘재생’으로 이해했다는 해석은 자연스럽다. 뉴그레인지 내부에서 햇빛을 맞는 순간은 단순한 채광 현상을 넘어, 죽은 이가 다시 세계의 순환 속으로 편입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유적에서는 여러 차례의 재매장이 이루어진 흔적이 발견되었다.

돌과 구조가 보여주는 정밀함

뉴그레인지는 거대한 석재 구조를 흙과 자갈로 덮어 만든 둥근 봉분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서면 외형과는 전혀 다른 정교한 공간이 드러난다. 천장을 이루는 거석 구조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설계되어, 수천 년 동안 내부가 안정적으로 보존되어 있다. 이는 돌의 물성과 각도, 하중 등을 잘 이해했던 당시 장인들의 감각을 반증한다.

유적 주변에는 뉴그레인지와 유사한 구조의 통로 무덤이 수백 개 이어져 있어, 이 지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선사시대 의례 지대였음을 보여준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뉴그레인지 전경

보인 밸리(Boyne Valley)의 무덤 – 뉴그레인지

오늘날 뉴그레인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동지 무렵이면 내부에 들어가 일출을 볼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경쟁률은 매년 수천 대 일에 달한다. 선택된 이들은 수천 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을 마주하며, 고대인이 바라보았던 시간의 감각을 잠시나마 공유하게 된다.

태양의 움직임과 생명의 순환

뉴그레인지는 거석 시대 건축의 정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구조물 속에 구현하려 했던 인간의 태초적 시도를 담고 있다. 이 유적은 단지 오래된 무덤이 아니라, 태양의 움직임과 생명의 순환을 이해한 고대인의 사고가 돌과 흙 위에 새겨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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