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쥐에게 바쳐진 기념비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연구소 건물 앞 실험용 쥐 기념비

세포학·유전학 연구소 뒤에서 DNA 가닥을 뜨개질하는 작은 생쥐

By T – Memorial to the lab animals,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보통 기념비는 위대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위해 세워진다. 그런데 시베리아의 한 도시에는 의외의 존재를 기리는 동상이 있다. 바로 실험용 쥐다.

시베리아의 과학 수도, 노보시비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는 2021년 기준 인구 약 163만 명의 도시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시베리아 남서부 오비 강 유역에 자리하며, 철도와 산업의 중심지이자 과학 연구의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1957년 이후 소베츠키 구에 ‘아카뎀고로도크(Akademgorodok)’라는 대규모 연구단지가 조성되면서 다양한 연구소와 대학이 들어섰고, 지금은 흔히 ‘시베리아의 과학 수도’라 불린다.

아카뎀고로도크 항공사진

아카뎀고로도크의 항공 사진

By Elya,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DNA를 뜨개질하는 쥐

이 도시의 가장 독특한 상징물 중 하나는 2013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포학·유전학 연구소 앞 공원에 세워진 조각상이다. 높이 70cm의 청동상(2.5m 화강암 받침대 위)에 표현된 것은 다름 아닌 DNA 가닥을 뜨개질하는 작은 쥐다. ]

예술가 알렉세이 아그리콜얀스키(Alexei Agrikolyansky)와 안드레이 카르케비치(Andrey Kharkevich)가 제작한 이 기념비는 유전학 연구를 위해 희생된 실험용 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희생과 과학의 상징

쥐는 인간과 약 85%의 유전자를 공유해, 유전학 연구에 필수적인 모델 동물이다. 그만큼 수많은 쥐들이 연구 과정에서 희생되어 왔고, 이 조각상은 그들의 공로와 희생을 기념하는 상징물이다.

흥미롭게도 동상 속 DNA는 흔히 알려진 우회전형 이중 나선이 아니라, 좌회전형 Z-DNA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아직 덜 알려진 DNA 구조를 담아냄으로써, 예술적 표현 속에 과학적 메시지까지 더한 것이다.

과학과 예술이 만난 공간

실험용 쥐에게 바쳐진 이 기념비는 단순한 동상이 아니라, 과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기념물이다. 작은 생명체의 희생이 인류의 과학 발전에 기여했음을 일깨우고, 동시에 과학이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윤리적 성찰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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