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우 고가교(Millau Viaduct): 가장 높은 다리, 미니멀 구조의 미학

말라우 고가교 측면 사진

프랑스 남부 아베롱(Aveyron) 지역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밀라우 고가교(Millau Viaduct)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된 구조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높거나 크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미니멀한 구조와 과학적 설계가 완성한 기능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다리다.

세계 최고 높이의 교량 구조물

밀라우 고가교는 총 길이 2,460m, 가장 높은 주탑이 343m에 이르는 케이블 지지식(cable-stayed) 교량이다. 이 높이는 에펠탑을 뛰어넘는 수치로, 개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량 구조물’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리가 필요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파리와 남부 프랑스·스페인으로 향하는 주요 교통축(A75 고속도로)이 밀라우 인근 계곡에서 심각하게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계곡 전체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계곡이 지나치게 깊다는 점이었다. 기술적 난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14년에 걸친 설계와 4억 유로 규모의 공사

프로젝트는 약 14년의 계획 과정을 거쳤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와 구조공학자 미셸 비를로(Michel Virlogeux)가 설계를 맡았다. 실제 건설 기간은 3으로, 2001년 10월에 착공하여 2004년 12월에 완공되었다. 전체 공사비는 4억 유로로 집계된다.

교량의 형태는 의도적으로 단순화되었다. 7개의 주탑과 얇은 강철 데크를 중심으로 한 설계는 주변 지형을 해치지 않으며, 계곡 위로 최대한 가볍게 떠 있는 인상을 준다.

자기 상승 거푸집 기술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다리의 ‘다리’ 역할을 하는 일곱 개의 교각이다. 총 20만 톤이 넘는 콘크리트가 사용되었고, 표면은 거푸집이 스스로 상승하는 자기 상승 거푸집(self-climbing formwork) 기술로 매끄럽게 완성되었다. 유압 장치가 거푸집을 들어 올리면서 약 3일마다 4m씩 교각이 상승했고, 약 10개월 만에 최종 높이에 도달했다.

밀라우 고가교 항공사진

강철 데크를 양쪽에서 ‘밀어 올리는’ 방식

강철 데크는 에펠 공장에서 제작된 173개의 박스빔을 기본 단위로 했다. 현장에서 패널을 조립한 뒤, 교각 위에 놓인 64개의 유압 장치로 양쪽에서 조금씩 중앙을 향해 밀어냈다. 이 방식은 흔히 “launching(런칭)”이라 불리며, 데크는 한 번 밀 때 60cm, 시간당 약 9m씩 전진했다.

2004년 5월 28일 오후 2시 12분, 두 방향에서 밀려 온 데크는 정확히 만나 하나의 구조가 되었다.

자연을 가로지르는 과학 구조물

다리는 11개의 지점에서 케이블을 주탑과 연결해 지지한다. 하나의 케이블에는 최대 91가닥의 금속선이 묶여 있으며, 부식 방지를 위해 삼중 보호층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도로 표면은 약 250~300°C의 고온에서 밀봉되는 특수 아스팔트층으로 처리해 내식성을 높였다.

120년 설계 수명과 구조 감지 시스템

밀라우 고가교는 120년 내구성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교량 전체에는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수준의 변형까지 측정하는 광섬유 센서가 배치되어 있어 온도 변화, 바람, 교통량에 따른 미세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이는 높은 계곡 위에 세워진 대형 구조물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핵심 장치다.

기록을 넘어선 구조적 의미

밀라우 고가교는 단순히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다. 이 다리는 복잡한 자연 환경에서 기능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 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지형, 강한 바람, 극단적인 높이 등 다양한 조건들이 서로 충돌하는 공간에서, 최소한의 형태로 최대의 안정성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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