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사르 세니(Pasar Seni) 역에서 촬영한 메르데카 118
By ThopazProductions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독립의 제스처를 수직으로 세우다
쿠알라룸푸르의 스카이라인은 한동안 페트로나스 타워(Petronas Towers, 451.9m)가 대표해 왔다. 그러나 지금, 도시의 중심에는 전혀 다른 상징이 솟아 있다. 메르데카 118(Merdeka 118)이다. 이 빌딩은 약 678.9미터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높이의 기록을 넘어, 이 건축물은 국가 정체성을 건축적 상징으로 표현한 사례에 가깝다.
이름에 담긴 의미
‘메르데카(Merdeka)’는 말레이어로 ‘독립’을 뜻한다. 숫자 118은 층수를 가리킨다. 이름 자체가 이 건물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드러낸다. 단순한 초고층이 아니라, 독립의 기억을 현재형으로 유지하려는 건축적 시도다.
팔을 들어 올린 형상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을 선포하는 퉁쿠 압둘 라만
By Tunku Abdul Rahma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메르데카 118의 디자인은 퉁쿠 압둘 라만(Tunku Abdul Rahman)이 1957년 독립을 선언하며 팔을 들어 올린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초대 총리이자 현대 말레이시아의 건국의 아버지로 기억된다. 건물 상단으로 갈수록 뻗어 오르는 형태와 첨탑은 독립 선언의 순간을 추상화된 제스처로 반복한다. 이 빌딩은 상승하는 형태를 통해 독립 선언의 상징적 순간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
메르데카 118은 현재 기준으로 부르즈 할리파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이로써 과거 세계 2위를 차지했던 상하이 타워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순위가 이 건축의 전부는 아니다. 숫자가 포착하지 못하는 층위에서, 이 건물은 국가 서사를 다시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22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왼쪽에서 두 번째 메르데카 118)
By Phoenix CZE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페트로나스 이후의 상징
페트로나스 타워가 산업화와 에너지 기업의 시대를 상징했다면, 메르데카 118은 기억·정체성·미래 지향성을 포괄한다. 전자는 국제 금융과 기술의 얼굴이었고, 후자는 국가 서사의 건축화다. 두 건물은 서로 경쟁적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세대 교체에 가깝다.
도시 속의 역할

2022년 10월에 촬영된 메르데가 118의 상층부 클로즈업
By Ahmad Ali Karim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메르데카 118은 오피스, 전망 공간, 문화 시설을 포함한 복합 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초고층을 하나의 기념비로 고정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소비되는 상징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독립은 기록 속에만 남는 과거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현재가 된다.
수직으로 세운 기억
메르데카 118은 기록적인 높이만으로 평가되는 건축물이 아니다. 이 건물은 말레이시아가 독립의 의미를 국가 서사로 재구성하고, 이를 현대 도시 환경 속에 반영한 결과물이다. 역사적 사건은 기념물에 머무는 대신, 현재의 도시 구조 안으로 통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