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트라팔가 광장: 제국의 중심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트라팔가광장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본다

넬슨 기념탑이 서 있는 트라팔가 광장 [Image © Google Earth]

런던 한복판, 도심의 심장이라 불리는 트라팔가 광장은 영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도시의 리듬이 한데 모이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 광장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제국의 영광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변모한 근대 영국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제국의 승리를 기념한 공간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은 나폴레옹 전쟁의 결정적 승리인 트라팔가 해전(1805)을 기념하기 위해 19세기 초에 조성되었다. 중심에는 영국 해군의 영웅 호레이쇼 넬슨 제독(Horatio Nelson)의 기념탑이 서 있다. 높이 약 50미터에 달하는 이 탑은, 당시 해전에서 전사한 제독을 추모하며 세워진 것이다.

넬슨의 동상 아래에는 거대한 청동 사자상 네 마리가 탑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1867년에 조각가 에드윈 랜드시어(Edwin Landseer)가 제작한 작품이다. 관광객들은 그 사자상 위에 올라 런던 여행의 상징 같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런던의 공간적 중심

트라팔가 광장은 런던의 주요 문화·정치적 공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북쪽으로는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고, 서쪽으로는 버킹엄 궁전, 남쪽으로는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국회의사당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광장은 권력과 예술, 그리고 일상의 경계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한다.

낮에는 거리 음악가와 퍼포머가 관객을 모으고, 저녁이 되면 직장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노르웨이에서 매년 선물하는 거대한 트리가 세워져, 런던 시민들에게 연말의 상징이 된다.

넬스기념탑 원경과 넬슨제독의 조상 근경

넬슨 기념탑이 서 있는 트라팔가 광장. 제국의 흔적과 일상이 공존하는 런던의 중심

영화가 사랑한 광장

트라팔가 광장은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007 스카이폴》(2012) 에서는 MI6 본부가 공격을 받는 장면 속에 긴박한 도시의 분위기를 보여주었고,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009)에서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오프닝 장면에 잠깐 등장한다. 또한 《박물관이 살아 있다 3》(2014) 에서는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묘사되며, 광장의 넓은 공간과 클래식한 건축미가 그대로 담겼다.

이렇듯 트라팔가 광장은 영화 속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세계 도시 런던’을 상징하는 시각적 아이콘으로 기능해왔다.

시민의 광장으로의 변모

본래 이곳은 제국의 영광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정치적 발언과 사회적 연대의 장소로 변했다. 20세기 이후로 트라팔가 광장은 영국 내 주요 집회와 시위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반전운동, 기후위기 시위, 인권 캠페인 등이 이곳에서 열리며, 광장은 점차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런던시는 2000년대 이후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보행자 중심의 재정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오늘날의 트라팔가 광장은 대리석 바닥 위로 햇빛이 부서지고, 분수와 조각상 사이로 시민과 여행객이 자유롭게 오가는 열린 도시의 광장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의 트라팔가

오늘날 트라팔가 광장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다. 낮에는 거리 공연과 예술 전시가 이어지고, 밤이 되면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시위나 플래시몹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역사를 기념하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살아 있는 공간’인 셈이다.

제국의 상징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권위의 중심에서 자유의 무대로 ᅳ 트라팔가 광장은 지금도 런던의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 권력과 시민,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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