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 위치한 코모 호수(Lake Como)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로 꼽힌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형성된 이 호수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지리·역사·문화·예술이 겹쳐 있는 공간이다.
알프스가 만든 Y자 호수
코모 호수는 약 1만 년 전 빙하가 흘러내리며 만들어진 빙하호(glacial lake)이다. 전체 길이는 약 46km, 최대 수심은 약 410~425m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깊은 호수다. 호수의 형태는 Y자형으로 독특하다.
호수의 남쪽 끝에는 코모(Como)와 레코(Lecco)가, 북쪽 끝에는 콜리코(Colico)가 자리한다. 호수를 둘러싼 산맥 덕분에 기후는 온화하며,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이 덕분에 주변에는 올리브나무, 레몬나무, 사이프러스 같은 지중해 식물이 자라며, 산악과 온대성 식생이 공존한다.
귀족의 별장에서 예술의 무대로
로마 시대부터 코모 호수는 귀족들의 별장지(villa)로 사용되어 왔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화가와 철학자들이 이곳을 찾았고, 19세기에는 유럽의 귀족과 작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머물렀다.
오늘날에도 이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를 비롯해 마돈나(Madonna),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 등 수많은 세계적 인사들이 이곳에 별장을 두고 있다.

코모 호수의 Y자형 교차점에 자리한 마을 벨라지오 (출처: 픽사베이)
다음은 대표적인 명소들이다.
- 빌라 델 발비아넬로(Villa del Balbianello): 영화 007 카지노 로얄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II의 촬영지.
- 빌라 카를로타(Villa Carlotta): 17세기 건축물로, 조각과 회화가 전시된 박물관 겸 정원.
- 벨라지오(Bellagio): Y자 호수의 교차점에 위치한 ‘호수의 진주’, 작은 골목과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도적이다.
빛과 예술의 호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이 지역의 빛과 색을 연구하며, 빛이 물과 산 사이에서 반사되는 현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가 “자연은 가장 완벽한 스승”이라 말했던 이유를 코모 호수에서는 쉽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알레산드로 만초니(Alessandro Manzoni)의 소설 《약혼자들(I promessi sposi)》 역시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처럼 코모 호수는 예술과 과학이 공존하는 장소, 자연의 구조가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자극하는 공간이다.
오늘날의 코모 호수

코모 호수의 대표적인 마을 중 하나인 바레나(Varenna) (출처: 픽사베이)
오늘날 코모 호수는 여전히 이탈리아의 대표적 휴양지이다. 페리와 수상택시로 마을을 오가다 보면 호수가의 마을들이 하나의 거대한 풍경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호수 위로 지는 석양은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을 바꾸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코모 호수는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자연이 만든 형태에 인간의 감각이 겹쳐진 풍경이다. 빙하의 흔적 위에 세워진 도시, 물과 산이 빚어내는 빛, 그리고 그 빛을 연구하고 노래했던 예술가들의 기억. 그 모든 것이 코모 호수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풍경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