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란드 남동부 루오콜라흐티에 위치한 ‘쿰마키비(Kummakivi)’와 하얀 미니어처슈나우저
By Kotivalo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1만 년 넘게 유지된 균형
핀란드 남동부 루오콜라흐티(Ruokolahti)의 숲속에는 처음 마주하면 누구나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바위가 있다. 거대한 암석 하나가 다른 바위 위에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한 모습으로 얹혀 있기 때문이다. 이 바위의 이름은 쿰마키비(Kummakivi). 핀란드어로 ‘이상한 바위’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불안정해 보이는 장면은 착시다. 쿰마키비는 약 1만 1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 왔다.
숫자로 보는 쿰마키비
- 너비: 7미터 이상
- 높이: 약 5미터
- 무게: 약 500톤
- 상태: 1962년부터 보호 대상
바위는 아래쪽의 볼록한 기반암 위에 얹혀 있어 접촉 면적이 매우 작아 보인다. 이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위태로운 균형’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무게 중심이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1밀리미터도 움직일 수 없다.
전설과 과학 사이
지역 전승에서는 이 바위를 거인이나 트롤이 옮겨 놓았다고 말한다. 북유럽 숲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질학의 설명은 더 간결하다.
쿰마키비는 빙력괴석(방랑석, glacial erratic)이다. 마지막 빙하기 동안 거대한 빙하가 암석을 실어 나르다, 얼음이 후퇴하면서 지금의 위치에 내려놓은 것이다. 빙하가 남긴 수많은 흔적 가운데서도 쿰마키비는 특히 극적인 ‘정지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다.
왜 쿰마키비는 특별한가
이 바위의 가치는 단순히 크기나 무게에 있지 않다.
- 불안정해 보이지만 안정적인 구조
- 순간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빙하기 이후 이어진 시간의 기록
- 전설과 과학이 나란히 공존하는 풍경
쿰마키비는 자연이 만들어 낸 물리적 균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외형에 근거한 인간의 직관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도 잘 드러낸다.
마무리하며
쿰마키비는 장엄한 절벽이나 인상적인 풍경을 이루는 장소는 아니다. 숲속에 놓인 하나의 큰 바위다. 그러나 이 바위는 빙하기 이후의 지질학적 과정이 만들어 낸 결과이자, 외형과 실제 안정성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겉보기에는 불안정해 보이지만, 오랜 기간 같은 위치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