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Hollywood) 사인, L.A.의 영화 상징을 만나는 순간

헐리우드 사인 원경

산비탈 위, 영화 도시의 얼굴

미국의 영화산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할리우드(Hollywood)다. 그리고 이 단어가 불러오는 수많은 이미지 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상징은 바로 할리우드 사인(Hollywood Sign)이다.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 남쪽 경사면을 따라 펼쳐진 이 거대한 글자들은 이 도시가 세계 영화 산업의 본거지임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할리우드 사인은 단순한 구조물 이상이다. 거대한 강철 글자들이 텐셀타운(Tinseltown, 미국 영화계의 별칭)의 화려함을 상징하지만, 그 외형은 사실 꽤 단순하다. 높이 약 13.7미터의 흰색 철제 글자들이 산비탈을 따라 나열돼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영화 산업과 도시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원래는 ‘Hollywoodland’

할리우드 사인은 처음부터 지금의 형태가 아니었다. 1923년, 할리우드 지역 위쪽 부동산 개발을 홍보하기 위해 세워진 이 사인은 원래 ‘Hollywoodland’라는 단어 전체로 구성됐다. 당시에는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전구가 부착돼 ‘holly’, ‘wood’, ‘land’ 순서로 각각 점등된 뒤 최종적으로 전체 단어가 밝게 빛났다.

영화 산업이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다양한 자연 경관 덕분에 로스앤젤레스는 영화인들에게 이상적인 촬영지로 자리 잡았고, 그 상징물로 할리우드 사인이 함께 자리했다.

사라진 ‘land’와 쇠퇴의 그림자

시간이 흐르며 사인은 점차 방치됐다. 결국 1949년, 심각한 훼손을 우려한 할리우드 상공회의소(Hollywood Chamber of Commerce)가 나섰다. 개발 홍보를 넘어, 지역 전체의 상징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인의 마지막 부분인 ‘land’를 제거했고, 남은 ‘Hollywood’만을 유지하며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인의 노후화는 계속됐다. 한때는 일부 글자가 완전히 훼손되거나 불에 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휴 헤프너의 등장과 새로운 시작

1978년, 플레이보이 창립자인 휴 헤프너(Hugh Hefner)가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미 두 번째 ‘L’ 글자가 불에 타 없어질 정도로 훼손된 상황에 충격을 받은 그는 복원 운동을 이끌었다. 그 결과, 기존 목재 대신 내구성이 뛰어난 강철 구조물로 사인이 교체됐으며, 현재 우리가 보는 견고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사인은 콘크리트 기초 위에 고정됐고, 정기적인 도색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수명이 짧은 임시 구조물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이곳은 철저한 유지·보수를 통해 장기적인 보존이 가능해졌다.

헐리우드 사인 근경

할리우드 사인, 제대로 보려면

할리우드 사인은 로스앤젤레스의 대표 관광지지만, 사인 바로 옆까지 다가갈 수는 없다. 철조망과 보안 시스템으로 24시간 보호되고 있어, 무단접근은 엄격히 금지된다.

사인을 조망하기 좋은 대표적인 장소는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다.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이곳에서는 도시 풍경과 함께 사인을 멀리서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추천 장소는 쇼핑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베이션 할리우드(Ovation Hollywood)다.

또한,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자연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공식 추천 루트는 총 세 가지로, 거리와 난이도, 조망 포인트가 각기 다르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높은 지대에서 할리우드 사인을 선명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구간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사인의 야간 점등

할리우드 사인은 평소에는 불이 꺼진 상태로 어두운 실루엣만 드러난다. 다만, 특별한 경우에는 사인이 잠시 불을 밝히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1984년 LA 올림픽 개막을 기념했을 때, 그리고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둔 새해 전야에 사인이 공식적으로 점등됐다. 최근에도 드물게 지역 기념일이나 사회적 캠페인에 맞춰 잠시 조명이 설치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장면을 우연히 마주칠 확률은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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