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는 베네치아에서 길과 같았다. 118개의 섬을 잇는 좁은 수로는 배가 지나갈 자리를 제외하면 마른 땅보다 물이 더 많았다. 이 도시는 처음부터 배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고, 곤돌라는 마치 더 오래전부터 존재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물 위에서 만들어진 해답
곤돌라는 베네치아의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배다. 선체는 길고 가늘며 비대칭적으로 왼쪽으로 기울게 설계되었다. 한쪽 노만으로 물을 가르며, 좁고 얕은 수로를 가볍게 돌파한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구조가 곤돌라의 형태를 만들었고, 그렇게 태어난 곤돌라는 베네치아의 상징이 되었다.
사치와 규제, 그리고 검은색
곤돌라는 한때 화려함의 상징이었다. 귀족들은 서로 경쟁하듯 곤돌라에 장식과 색을 더했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그 호화로움이 도시를 잠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법적인 규제를 통해 곤돌라의 색은 검은색으로 통일되었고, 장신구는 사라졌다. 이는 지나친 과시를 줄이기 위한 규제였지만 동시에 실용적인 측면도 있었다. 검은 색은 원래 방수를 위해 쓰이던 피치의 색이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디자인

곤돌라는 시대마다 조금씩 변했다. 하지만 핵심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이처럼 몇 세기 동안 같은 원리로 운행되는 배는 흔치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곤돌라는 이미 완성된 형태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파고를 견디는 선체의 균형, 노의 위치, 좌우 비대칭 구조는 모두 베네치아의 물길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과하기 위한 해답이었다.
장인의 기술이 남긴 것
곤돌라는 지금도 전통에 따라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참나무, 밤나무, 느릅나무, 벚나무 등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여덟 가지 목재가 사용되며, 각 나무는 필요한 강도, 유연성, 내구성, 미적 특성에 따라 선별된다.

또한, 선체 앞을 장식하는 금속 페로(Ferro di prua)는 겉보기에는 장식처럼 보이지만, 곤돌라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장치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장인 정신의 산물이다.
베네치아와 곤돌라
베네치아는 바다 위에 지어졌고, 곤돌라는 이 도시의 생활을 움직이는 방식이 되었다. 오늘날 곤돌라는 주로 관광객을 태우는 배로 알려져 있지만, 그 모습 속에는 여전히 베네치아의 역사와 일상이 담겨 있다. 수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배는 그렇게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현재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