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동화, 히트호른(Giethoorn): 자동차가 사라진 마을

히트호른 정경 1

네덜란드에는 자동차가 없는 마을이 있다. 도로 대신 물길이 이어지고, 엔진 소리 대신 물살이 속삭인다. 히트호른(Giethoorn)이라 불리는 이곳은 ‘북유럽의 베네치아’ 혹은 ‘초록 베네치아’라 불리는, 현대 문명과 거리를 둔 듯한 평화로운 수상 마을이다.

물 위에 세워진 마을

히트호른은 네덜란드 오베레이셀(Overijssel) 주에 위치한다. 13세기경 이곳에 정착한 농부들이 땅을 개간하며 많은 이탄(peat, 갈탄)을 캐냈는데, 그 자리에 생긴 작은 호수와 운하가 오늘날의 히트호른을 만들었다.

현재 마을은 길이 아닌 운하가 중심축이 되어 있다. 집 앞에는 차도 대신 작은 다리와 선착장이 있고, 주민들은 보트로 출퇴근하거나 장을 본다. 이 마을에는 176개의 다리가 있으며, 대부분은 사람이 직접 건너는 아치형 목조다리다. 이 다리들은 히트호른을 대표하는 풍경이자,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남기는 명소이기도 하다.

히트호른 풍경 2

자동차가 없는 마을

히트호른 중심부에는 자동차가 없다. 관광객은 마을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후엔 도보·자전거·보트로 이동해야 한다. 이 정책은 단순한 관광용 연출이 아니라 공동체의 전통과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이다. 그 결과, 마을 전체는 놀라울 만큼 고요하고 청정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운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보트는 대부분 전기 모터로 구동되며, 소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 배들을 “속삭이는 보트(whispering boats)”라고 부른다.

동화 속 같은 풍경

히트호른의 매력은 단순히 ‘차가 없는 마을’이라는 점을 넘어선다. 여기엔 마치 톨킨의 ‘호빗 마을’을 연상시키는 정취가 있다. 집들은 대부분 이끼 낀 초가지붕으로 덮여 있고, 정원에는 튤립·라벤더·히아신스 같은 꽃이 가득 피어난다. 운하 양쪽으로는 정성스레 다듬어진 잔디밭과 돌담, 그리고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이어진다.

특히 봄과 여름에는 꽃과 물빛이 어우러져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만든다. 겨울에는 운하가 얼어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채워지는데, 이때의 히트호른은 또 다른 낭만으로 변한다.

히트호른 풍경 겨울

현실 속 판타지’가 된 이유

이곳은 오래전부터 네덜란드인들의 휴양지였으나, 2000년대 이후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며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었다. ‘차가 없는 마을’, ‘속삭이는 보트’, ‘동화 속 정원’ 같은 키워드가 입소문을 타며 현재는 유럽 여행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트호른은 여전히 상업화되지 않은 조용한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소박한 카페, 현지 치즈 가게, 운하 옆의 작은 갤러리들이 여행자에게 ‘살아 있는 마을’의 따뜻함을 전한다.

여행 팁: 히트호른을 만나는 방법

히트호른 위치 지도

  • Giethoorn 공식 관광 사이트
  • 찾아가기: 암스테르담에서 약 120km 거리, 기차로 스테인베이크(Steenwijk)까지 이동 후 버스로 15 분.
  • 보트 대여: 개인이 운전 가능한 whisper boat, 혹은 가이드 투어 선택 가능.
  • 자전거 여행: 마을 외곽과 주변 초원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 맛보기: 현지 치즈, 팬케이크, 네덜란드식 애플파이(tarte de appeltaart)를 즐겨볼 것.
  • 포토 스팟: 운하 위 다리, 초가지붕 집, 수국이 피는 정원길.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곳

히트호른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한 삶의 속도’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의 소음 대신 들리는 물소리, 붉은 벽돌과 갈대 지붕이 어루러진 꽃길.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면 ‘천천히 산다’는 말의 의미를 몸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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