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서부에는 유일하게 네 개 주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포 코너스(Four Corners)라는 특이한 장소가 있다. 이 지점은 단순한 경계 이상으로, 원주민 영토와 행정구역, 관광지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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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지도 위의 점이 가진 상징성
미국 지도에서 주 경계선은 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한 점, 유타(Utah), 콜로라도(Colorado), 뉴멕시코(New Mexico), 애리조나(Arizona) 네 주가 만나는 곳이 있다. ‘포 코너스(Four Corners)’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미국 전체에서 유일하게 네 개의 주가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나는 장소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 네 주에 동시에 발을 디딘 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사진 명소만은 아니다. 포 코너스는 수천 년간 원주민이 살아온 땅이었고, 오늘날에도 자치권을 지닌 부족들이 실질적으로 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행정 경계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GPS 오차와 법적 판결 사이의 간극을 안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포 코너스라는 장소의 지리적 특성과 법적 배경, 원주민 자치의 현실, 관광지로서의 현재를 차례로 살펴본다.

네 주의 접점, 법과 지리의 경계
포 코너스(Four Corners)는 북위 약 37도, 서경 109도 03분 지점에서 네 개 주의 경계가 만나는 접점에 자리한다. 이 경계는 19세기 후반, 미국 정부가 서부 지역 토지를 격자 형태로 구획하면서 형성된 인공적 결과다. 1868년부터 진행된 측량 사업은 위도와 경도를 기준으로 직선의 경계선을 설정했고, 그 결과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 주의 접점이 이 지점에 놓이게 되었다.
현장에는 청동 원반이 설치되어 각 주의 이름이 방사형으로 새겨져 있다. 그러나 GPS 기술로 다시 측정한 결과, 실제 네 주의 법적 교차점은 이 지점에서 약 550미터 서쪽으로 어긋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1925년 내무부 장관의 결정을 기준으로 현재 위치를 법적 경계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지점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장소가 아니라 ‘법적으로 고정된’ 장소다. 이는 미국 내 행정구획이 정밀측량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으로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경계 위의 사람들: 나바호와 유트의 땅
포 코너스는 행정경계만이 아니라 원주민의 자치경계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서쪽은 유트 산 부족(Ute Mountain Ute Tribe)의 영토이며, 나머지 세 방향은 나바호네이션(Navajo Nation)에 속한다. 이 땅은 오랜 세월 원주민이 살아온 터전이며, 미국 연방정부와의 조약과 강제이주, 자치권 쟁취의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오늘날 포 코너스 기념지는 나바호네이션이 직접 관리한다. 입장료를 받고, 주변에는 전통공예품과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이 들어서 있다. 이 경제활동은 단순히 관광 수입이 아니라 자치 영토 내에서의 자립적인 생계기반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
포 코너스를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에서 네 주에 동시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는 지리적 상징성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대개 차량으로 이곳을 방문해 청동 원반 위에 서서 잠시 기념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주변에는 고요한 사막 지형이 펼쳐져 있으며, 별도의 관광시설이나 대형 상업시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것은 개발에의 적극성 결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 자치정부의 정책적 선택이 반영된 결과이다. 나바호네이션은 이 지역을 상업적 관광지로 전환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정체성을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기념지’에 더 가까우며, 그 자체로 경계라는 개념을 반추해보는 장소가 된다.
결론: 하나의 점에 새겨진 다층적 의미
지도상 하나의 점이 미국의 네 주를 나누고,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들의 역사와 삶을 연결한다. 포 코너스는 행정경계이자 법적 판단의 산물이며, 동시에 원주민자치의 현실이 구현되는 장소다.
단순한 교차점 같지만 이 작은 지점은 미국 서부의 땅 나누기 역사, 측량과 법의 충돌, 그리고 자치와 관광이 만나는 지점이다. 사방으로 나뉘는 그 경계 위에서, 오히려 복잡하게 겹쳐진 미국의 구조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