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왼쪽) 픽사베이, (오른쪽) Google Earth
이탈리아 북부 알토아디제(남티롤, South Tyrol) 지방의 레시아 호수(Lago di Resia, Lake Resia) 한가운데에는 고요한 물 위로 한 개의 종탑(campanile, bell tower)이 우뚝 서 있다. 이 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사라진 마을 ‘쿠론 베키오(Curon Vecchia)’의 마지막 흔적이다.
인공호수 아래로 사라진 마을
1940년대 말, 이 지역에는 수력 발전을 위한 대형 댐 건설 계획이 추진되었다. 두 개의 자연호수인 레시아와 쿠론을 하나로 합쳐 큰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당국은 쿠론 베키오 마을 전체를 수몰시키기로 결정했다.
약 160가구의 주민들이 이주를 강요받았고, 그들이 살던 집, 학교, 교회까지 모두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14세기경 건립된 성 카타리나 교회의 종탑만은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았다. 1950년, 댐이 완공되었을 때 호수 위에는 종탑만이 홀로 쿠론의 기억을 간직한 채 솟아 있었다.
얼어붙은 호수 위의 종탑

사진 속 건물은 남티롤의 문화유산(번호 14990)으로 등록된 곳이다.
By nnike, CC BY 3.0, wikimedia commons.
겨울이 되면 레시아 호수는 완전히 얼어붙는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걸어서 종탑까지 직접 다가갈 수 있다. 하얀 설경 속에서 얼음 위로 뻗은 회색 석탑의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아름답다. 마치 시간 속에 멈춰 있는 듯한 풍경이다.
사라진 마을의 종소리
“겨울밤, 바람이 멎을 때면 호수 아래에서 종소리가 다시 울린다.”
실제로 교회의 종은 1959년에 제거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린다고 믿는다. 그 허구의 종소리는 사라진 마을과 기억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매듭처럼 보인다.
잊힌 마을이 다시 깨어나다

세월이 흐르며 레시아 호수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관광지가 되었다.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이 “물 위의 종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이곳을 찾고, 2020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쿠론(Curon)》이 이곳을 배경으로 제작되었다. 드라마는 수몰된 마을과 그에 얽힌 기억, 상실, 귀환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 신비로운 장소의 존재를 전 세계에 다시 알렸다.
상징으로 남은 풍경
오늘날 레시아 호수의 종탑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나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진보와 희생, 자연의 회복력, 그리고 기억의 지속성을 동시에 품은 상징물이다. 고요한 물 위에 서 있는 종탑은 사라진 마을의 목소리를 대신해, “시간은 흘러도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