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미움(The Atomium), 분자가 된 도시의 상징

아토미움 입구

브뤼셀의 상징 아토미움과 그 입구 풍경

브뤼셀의 하늘을 꿰뚫는 금속 분자

벨기에 브뤼셀(Brussels)에 우뚝 솟은 아토미움(The Atomium)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높이 102미터, 반짝이는 구체 아홉 개로 이루어진 이 기묘한 구조는 철(Fe)의 결정 구조를 1,650억 배 확대해 재현한 것이다.

각각의 구체는 원자를 상징하며, 지름 18미터 크기의 구체들이 30미터 간격으로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전체 형태는 큐브 구조의 꼭짓점과 중심을 연결한 형태로, 실제 철 결정의 공간 배열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1958년, 원자 시대의 희망을 품다

아토미움은 1958년 브뤼셀 세계 박람회(Expo 58)를 위해 건축가 앙드레와 장 폴락(André & Jean Polak), 그리고 엔지니어 앙드레 워터케인(André Waterkeyn)에 의해 설계되었다. 박람회의 주제는 “과학, 문명, 인간”이었으며, 냉전과 핵무기의 공포가 팽배했던 시대에 과학이 인류를 파괴가 아닌 평화로 이끌 수 있다는 신념이 구조물에 담겼다.

박람회가 끝난 뒤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아토미움은 과학의 상징으로 브뤼셀에 남게 되었다. 전쟁의 상처 위에 세운 이 거대한 분자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가능성을 건축 언어로 제시한 희망의 조형물이자, 인간 이성이 기술을 넘어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다.

미래주의적 건축의 정점

아토미움 내부 계단

건축적으로도 아토미움은 시대를 앞선 도전이었다. 초기에는 알루미늄 판으로 외장을 마감했으나, 2004년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통해 스테인리스강으로 교체되었다. 각 구체 내부에는 전시실, 계단, 엘리베이터, 전망대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일부 구체들은 튜브로 연결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분자 구조’를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다.

아토미움 전망대

가장 높은 구체에서는 브뤼셀 도심과 주변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내부 전시 공간에서는 벨기에 과학·산업의 역사와 원자 시대의 유산을 돌아볼 수 있다.

조형물 그 이상의 존재

아토미움은 조형물 그 이상이다. 전후 유럽의 정신, 과학에 대한 믿음, 기술의 윤리성, 그리고 도시의 정체성까지 품은 이 구조물은 해마다 6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원자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이렇게 거대하고 인상적으로 시각화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며, 과학과 건축, 철학이 조우한 가장 상징적인 결과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아토미움은 브뤼셀의 아이콘이자, 미래를 꿈꾸는 과거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분자 하나가 이렇게 커질 수 있다는 상상력은, 인간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상상의 크기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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