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완공을 앞둔 타이페이 아고라 타워(타오 주 인위안)
By Artemas Liu, CC BY 2.0, wikimedia commons.
도시의 초고층 건물은 대개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차가운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타이페이에는 이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바로 타오주 인위안(陶朱隱園, Agora Garden Tower)이다. 2018년 완공된 이 건물은 단순히 주거 공간이 아니라, 건축이 환경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자 상징이다.
DNA에서 얻은 영감
이 건물은 벨기에 건축가 뱅상 칼보(Vincent Callebaut)의 설계로, 높이 93.2m, 지하 4층, 지상 2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면적은 약 42,335㎡에 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이다.
두 개의 타워가 중앙 기둥을 중심으로 회전하듯 상승하며, 각 층마다 개방된 발코니 공간이 형성된다. 건축가는 생명의 근원인 DNA를 모티프로 삼아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새로운 생태적 균형을 표현하고자 했다.
숲을 품은 주거 공간
타오주 인위안은 흔히 “숲을 세운 건물”이라 불린다. 녹지 면적 약 6,000㎡에 달하는 녹지가 건물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건축면적 대비 246%라는 높은 녹지율로 환산된다.
발코니마다 울창한 나무와 덩굴식물이 심겨 있어 도시 속에서도 작은 정원을 거니는 듯한 풍경을 만든다. 일부 세대는 채소밭과 과일나무를 직접 가꾸며, 입주자들은 자급적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친환경 기술의 집약체
왼쪽, 國泰金融中心(국태 금융센터)과 오른쪽, 아고라 타워 전경
By Gregg Tavares from California, CC BY 2.0, wikimedia commons.
아고라 가든 타워에는 다양한 친환경 설비가 도입되었다. 옥상에는 약 1,00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전력을 공급하고, 스카이 가든에서는 빗물이 정화·여과되어 생활용수로 재사용된다. 입주민이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와 생분해성 폐기물은 퇴비로 전환되어 다시 식물 재배에 쓰인다.
또한 내부에는 고속 엘리베이터와 함께 차량용 엘리베이터까지 갖춰져 있어, 거주자가 차를 몰고 직접 세대 앞까지 오를 수 있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친환경 개념이 결합해 건물은 하나의 작은 자급자족 도시(arcology)로 기능한다.
편리함과 지속가능성의 공존
많은 사람들은 친환경 건축이라 하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떠올린다. 그러나 타오주 인위안은 이러한 편견을 깨뜨린다. 내부에는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루프톱 클럽하우스 같은 고급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는 낮은 에너지 소비와 기후 친화적 생활이 불편과 동의어가 아님을 보여준다.
새로운 도시 건축의 방향
타오주 인위안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을 되살리고, 인간의 삶과 환경이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미래형 주거 실험이다. DNA의 나선처럼 비틀린 형태 속에 숲과 사람이 어우러진 이 건물은 기후 위기 시대에 건축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