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수록 더 가려운 이유

가려운 팔 긁기

팔뚝 피부를 긁고 있는 여성. 가려움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By NIAID, CC BY 2.0, wikimedia commons.

서론

가려움을 느낄 때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손을 움직여 긁게 된다. 긁으면 순간적으로 시원하고 가라앉는 느낌을 주지만, 가려움이 곧 다시 찾아온다. 긁으면 긁을수록 피부 손상도 더 심해지고,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단순한 인과관계 같지만, 이는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설명되는 현상이다.

순간의 해방, 이어지는 가려움

긁는 순간 피부에는 긁힘과 통증이 발생한다. 뇌는 이 통증 신호가 기존의 가려움 신호를 차단한다고 인식해 잠시 가려움이 사라진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착각은 오래 가지 않는다. 피부에 미세한 찰과상이 생기고, 반복되면 염증과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긁기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세로토닌의 역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긁기가 왜 가려움을 심화시키는지를 규명했다. 뇌는 긁는 과정에서 발생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세로토닌(serotonin)을 분비한다. 세로토닌은 원래 통증을 억제하는 신경 경로를 조절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증 억제가 아닌 가려움 경로가 활성화되는 역설적인 작용이 일어난다.

일부 신경세포는 통증 대신 가려움 신호를 증폭시켜 뇌에 전달한다. 그 결과, 가려움은 줄지 않고 오히려 강해진다. 즉, 긁는 행위는 뇌의 보상 체계 덕분에 일시적 쾌감을 주지만, 동시에 세로토닌이 개입해 가려움이라는 부메랑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긁기 대신 다른 자극을 주는 방법을 권한다. 예를 들어 냉찜질이나 피부를 가볍게 두드리는 방식이다. 보습제를 꾸준히 사용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국소 스테로이드가 처방되기도 한다.

결론

긁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와 신경, 그리고 호르몬이 얽힌 복잡한 반응이다. 긁을수록 더 가려운 이유는 세로토닌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효과 때문이다. 가려움은 겉으로는 사소한 신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신경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다. 결국 가려움을 참는 것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우리 몸의 정교한 신경 체계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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