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1월 비행기에서 촬영한 미국 국방부 본부 펜타곤
By David B. Gleason from Chicago, IL,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미국 국방부 본부인 펜타곤(Pentagon)은 세계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건물 가운데 하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확한 오각형 형태를 하고 있다. 이 독특한 모양은 단순한 상징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전쟁 직전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결과였다.
전쟁을 앞둔 행정 혼란
1941년 여름, 미국은 아직 제2차 세계대전에 공식적으로 참전하지 않았지만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전쟁부(War Department)는 워싱턴 D.C. 전역의 여러 건물에 흩어져 있었다. 군 행정 조직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부서들이 임시 건물과 사무실로 분산되었고, 업무 협조와 지휘 체계가 점점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육군은 거대한 중앙 행정 건물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단 4일의 설계 시간
1941년 7월 17일 목요일, 브레혼 B. 소머벨(Brehon B. Somervell) 장군은 건축가 조지 버그스트롬(George Bergstrom)과 공병 장교 휴 케이시(Hugh Casey)를 불러 월요일 아침까지 기본 설계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장군이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 약 4만 명이 근무할 수 있을 것
- 1만 대 규모의 주차 공간을 갖출 것
- 워싱턴의 도시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높이는 4층 이하로 할 것
사실상 며칠 안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사무 건물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계팀은 주말 내내 작업을 이어갔고, 실제로 7월 21일 월요일에 초기 설계를 완성해 제출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땅 모양 때문’
초기 건설 예정지는 워싱턴 외곽 알링턴 농장 부지(Arlington Farms)였다. 문제는 그 부지가 다섯 개의 경계선을 가진 불규칙한 형태였다는 것이다.
설계자들은 가장 빠른 해결책을 택했다. 부지의 형태를 그대로 건물 설계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각형 구조가 탄생했다.
이후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의 경관 훼손과 교통 혼잡 우려 등 여러 이유로 건설 부지는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포토맥 강 남쪽 기슭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이미 완성된 설계가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오각형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의외로 효율적인 구조

펜타곤 남쪽 주차장 상공에서 촬영한 항공 사진 (2003년)
By U.S. Navy phot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오각형 설계는 단순히 특이한 모양에 그치지 않았다. 이 구조는 내부 이동을 크게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었다.
펜타곤의 내부 구조는 다음과 같다.
- 5개의 동심원 형태 복도
- 5개의 방사형 연결 통로
- 중앙에는 넓은 안뜰
이 설계 덕분에 건물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두 지점 사이의 이동 거리는 매우 짧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건물과 비교하면 이동 거리가 약 30~50%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펜타곤에서는 건물의 어느 지점에서든 대략 몇 분 안에 대부분의 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
상징이 된 구조
펜타곤은 1943년에 완공되었고, 이후 미국 군사 행정의 중심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지 부지의 형태에서 출발한 설계였지만, 오늘날 이 건물의 오각형은 미국 국방부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