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성과 기술이 만든 가장 안정적인 형태
주머니 속에서 굴러다니는 동전, 우리는 그것이 둥근 모양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동전이 반드시 둥글 필요는 없다. 사각형, 삼각형, 심지어 별 모양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모든 화폐를 둥글게 만들어왔다. 이 형태에는 단순한 미관 이상의 이유가 있다.
부딪혀도 쉽게 닳지 않는 모양
동전이 둥근 가장 큰 이유는 마모와 충격에 강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금속은 쉽게 휘거나 깨진다. 반면 원형은 외부의 힘이 고르게 분산되어 충격에 잘 견디고 형태를 유지한다. 이 덕분에 오랜 세월 사용해도 동전의 표면은 비교적 일정하게 닳는다.
또한 둥근 모양은 휴대하기에도 유리하다. 사각형이나 뾰족한 동전이라면 주머니나 가죽 지갑을 손상시켰을 것이다. 결국 둥근 형태는 사람과 금속 모두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기술이 만든 자연스러운 결과
실용성 못지않게 제작 기술의 한계도 둥근 형태를 결정짓는 요인이었다. 고대에는 달궈진 금속을 틀 위에 올려 망치로 두드려 모양을 내는 타격 주조(hammer striking) 방식을 사용했다. 이때 압력이 균일하게 가해지면 금속은 자연스럽게 둥글게 퍼진다. 즉, 원형은 단순히 의도된 형태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되는 형태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정밀한 프레스(press) 기계로 금속을 찍어내지만, 그 전통적인 원형 디자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했어도, 원형이 가진 심미성과 기능성의 균형을 능가하는 대안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예외적인 동전들
세상의 모든 동전이 둥근 것은 아니다. 각 나라는 시대와 목적에 따라 개성 있는 형태를 선택하기도 했다. 예외적으로 오늘날에도 정사각형 주화를 쓰는 나라가 있다. 대표적으로 아루바의 50센트(Aruba 50 cents)와 바하마의 15센트(Bahamas 15 cents)가 있다.

예전의 7각형 50p, 현재는 소형 7각형으로 대체됨
By Perseus1984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또한 영국의 50펜스 동전은 폭이 일정한 ‘곡선 7각형’(Reuleaux heptagon) 구조다. 현재도 유통되는 홍콩의 2달러 동전처럼 물결 모양의 가장자리(wavy edge)를 가진 동전도 있다. 이러한 설계는 촉감만으로 액면을 구분하게 하려는 목적도 크다.

홍콩 2달러 동전(1988)
By Renhour48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이처럼 비원형 동전은 시각·촉각 구분 등 목적형 설계로 채택되지만, 국제 호환성과 대량 생산 표준에서 원형이 보편적 선택으로 남아 있다.
둥근 화폐의 의미
결국 동전의 형태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재료와 기술, 그리고 사람의 사용 습관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원형은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이었고, 가장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으며, 무엇보다 인간이 손으로 다루기에 가장 편안한 형태였다.
둥근 동전은 단순히 굴러다니는 금속 조각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다듬어진 기술적 합리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