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Champagne)은 누가 만들었을까

테이블 위에 샴페인과 샴페인글라스, 포도 등

샴페인에 대한 통념

샴페인(Champagne)은 흔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술로 여겨진다. 특히 베네딕트회 수도사 돔 페리뇽(Dom Pérignon)이 샴페인을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상식처럼 반복된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이 통념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샴페인은 특정 개인이나 한 나라의 발명품이라기보다, 자연 현상과 기술, 소비 문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맞물리며 형성된 결과물에 가깝다.

거품 와인의 자연적 발생

와인에 거품이 생기는 것은 특별한 기술의 산물이 아니다. 포도즙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거품의 생성이 아니라 그 압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었다. 초기의 와인은 병이 터지거나, 예상치 못한 재발효로 품질이 크게 흔들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샴페인의 핵심은 ‘거품의 발견’이 아니라, 거품을 통제하는 기술에 있었다.

영국의 기술적 역할

16세기 영국에서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비교적 덜 익은 와인이 수입되었다. 영국 상인과 소비자들은 이 와인에 설탕이나 당밀을 더해 병 안에서 재발효시키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점차 탄산이 있는 와인을 선호하게 되었다.

거품의 압력에 튕겨 나오는 코르크

초고속 에어갭 플래시로 촬영한 샴페인 언코킹 순간

By Niels Noordhoek – Own work,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영국의 유리 제조 기술이다. 석탄 화덕을 사용한 영국식 유리병은 기존보다 훨씬 두꺼워 내부 압력을 견딜 수 있었고, 코르크 마개 역시 병을 밀봉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늘날 ‘샹파뉴 방식(méthode champenoise)’으로 불리는 병 내 2차 발효 과정이 문헌으로 처음 정리된 것도 1662년, 영국 왕립학회의 기록에서였다. 이 시점에서 거품 와인은 이미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술이 되어 있었다.

프랑스식 샴페인 스타일의 확립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샴페인의 정체성은 프랑스에서 확립되었다. 프랑스 생산자들은 산지의 개념을 정교하게 다듬고, 서로 다른 포도밭과 품종을 섬세하게 블렌딩하며 맛의 일관성을 추구했다.

특히 당분을 거의 제거한 드라이한 스타일, 즉 브뤼(brut)가 정착된 것은 19세기 후반의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스타일 역시 처음에는 영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샴페인은 기술적으로는 영국에서 가능해졌고, 미각적·문화적 완성은 프랑스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돔 페리뇽의 실제 기여

돔 페리뇽 동상

프랑스 에페르네에 위치한 ‘모엣 에 샹동’ 부지에 세워진 ‘돔 페리뇽 기념비’

By Palauenc05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돔 페리뇽(Dom Pérignon)은 샴페인을 발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와인 속 거품을 제거하려 노력했던 인물이다. “나는 별을 마시고 있다”라는 유명한 문구 역시 19세기 말 광고에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그의 실제 공헌은 서로 다른 포도밭의 포도를 조합하는 블렌딩 기술, 그리고 코르크를 고정하기 위한 철사나 끈 장치를 정착시키는 데 있었다. 이는 샴페인의 품질을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샴페인’ 명칭의 법적 보호

오늘날 ‘샴페인(Champagne)’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 원칙은 1891년의 마드리드 조약(Treaty of Madrid), 그리고 1919년  베르사유 조약(Treaty of Versailles)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다만 미국은 베르사유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별도의 평화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해당 조약에 포함된 지리적 명칭 보호 조항의 법적 구속을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일부 자국산 스파클링 와인이 ‘Champagne’이라는 명칭으로 유통되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미국산 샴페인

캘리포니아 주 거니빌(Guerneville)에 위치한 코벨 샴페인 셀러의 소형 와인 병들

By Missvain – Own work, CC BY 4.0, wikimedia commons.

이후 2006년 체결된 유럽연합–미국 와인 무역 협정에 따라, 새로 출시되는 미국산 와인은 ‘Champagne’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 협정 이전부터 해당 명칭을 사용해 온 기존 생산자들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사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되었다.

마무리하며

샴페인은 어느 한 나라가 단번에 발명한 술이 아니다. 거품은 자연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통제하는 기술은 영국에서 먼저 정리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샴페인의 성격과 명성은 프랑스에서 완성되었다. 샴페인의 역사는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하나의 술이 문화로 자리 잡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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