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를 많이 먹으면 왜 방귀가 늘어날까?

식이섬유와 방귀의 관계

야채는 건강에 이로운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야채를 풍부하게 먹다 보면 의외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바로 방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 현상에는 장내 미생물의 활발한 활동이라는 과학적 이유가 숨어 있다.

식이섬유와 장내 발효

야채에는 식이섬유(dietary fiber)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소화 효소로는 분해되지 않지만, 대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오타, microbiota)의 훌륭한 먹이가 된다. 이 미생물들은 식이섬유를 분해하고 발효(fermentation)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스를 생성한다. 주요 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 수소(H₂), 메탄(CH₄) 등이다. 이들이 장내에 쌓였다가 방귀로 배출된다.

방귀가 늘어난다는 건 건강 신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발 데브론 대학병원 연구팀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18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하나는 지방 위주의 서구식 식단, 다른 하나는 야채와 과일, 콩류가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을 각각 따르게 했다.

그 결과, 식물성 식단을 먹은 그룹은 배설물의 양이 두 배로 증가했고, 방귀 횟수와 가스량도 함께 늘어났다. 이는 장내 유익균들이 활발히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다. 즉, 방귀가 많아졌다면 장이 활발히 움직이고,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유익균의 잔치, 그리고 가스

식이섬유를 발효시키는 주요 균주는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 등이다. 이들은 발효 과정에서 단쇄지방산(SCFA)을 만들어 장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하고, 장내 환경의 pH를 조절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즉, 방귀는 단순한 가스가 아니라, 유익균이 열심히 일한 흔적인 셈이다.

방귀는 불편하지만, 장은 기뻐한다

물론 잦은 방귀가 사회적으로 민망할 때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건강한 장내 생태계의 부산물이다. 단, 갑작스럽게 야채 섭취량을 늘리면 일시적으로 가스가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으니, 천천히 늘리는 식단 조절이 필요하다.

 


참조: 

Barber, C. 외. “Differential Effects of Western and Mediterranean-Type Diets on Gut Microbiota: A Metagenomics and Metabolomics Approach.” Nutrients, vol. 13, no. 8, 2021. PubM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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