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검은 물질은 정말 반타블랙(Vantablack)일까

호일 위에 생성된 반타블랙

알루미늄 호일 표면에 형성된 반타블랙

By Surrey NanoSystems,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장 검은 물질’은 반타블랙(Vantablack)이다. 빛의 대부분을 흡수해 물체의 형태마저 사라지게 만든다는 설명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이 물질을 코팅한 표면은 입체감이 무너지고, 마치 구멍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반타블랙은 ‘세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로 알려져 왔다.

반타블랙의 구조적 원리

반타블랙의 핵심은 색소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이 물질은 수직으로 정렬된 탄소 나노튜브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튜브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늘다. 빛이 이 구조에 들어오면 표면에서 반사되지 못하고 내부로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번 반사되다가 결국 대부분 흡수된다.

즉, 우리가 보는 ‘검정’은 단순히 어두운 색이 아니라,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 이 때문에 반타블랙은 약 99.96%의 빛을 흡수하며, 물체의 윤곽과 질감을 시각적으로 지워버린다. 우리가 형태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모터쇼에서 공개된 BMW G06 반타블랙 차량

2019년 IAA 모터쇼에서 공개된 BMW G06 반타블랙 차량

By Alexander Migl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가장 검다’는 기준의 가변성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장 검다’는 표현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빛의 흡수율은 파장, 측정 방식, 실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항상 동일한 조건에서 가장 높은 흡수율을 보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 물질을 ‘가장 검다’고 표현하는 것은 편의적인 정리에 가깝다. 현재까지 널리 알려진 대표적 사례는 반타블랙(Vantablack)이다.

반타블랙 이후, 더 검은 물질들

2019년, MIT 브라이언 워들(Brian Wardle) 교수와 연구팀은 반타블랙보다 더 높은 흡수율을 가진 신소재를 개발했다. 또 다른 탄소 나노튜브(CNT) 기반의 이 물질은 약 99.995% 수준의 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차이는 숫자로 보면 미세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극단적인 결과를 만든다.

이 물질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공개되었을 때, 16.78캐럿의 노란 다이아몬드를 이 물질로 코팅해 보이지 않게 만드는 시연이 이루어졌다. 다이아몬드는 검은 배경 위에서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완벽한 평면의 검은 구멍처럼 보였다.

이 사례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검은 물질은 고정된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라 계속 갱신되는 범주에 가깝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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