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세계화의 균열과 신보호주의의 귀환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경제는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통합되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이후 각국은 관세를 줄이고, 생산과 유통은 국경을 넘어 연결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세계화에 대한 회의와 함께 반세계화 정서도 확산되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무역불균형을 문제 삼아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공식화했다. 이후 중국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면서, 양국 간의 충돌은 전면전 양상으로 번졌다. 이른바 ‘관세전쟁(tariff war)’이 시작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와 재점화

미중 양국은 2019~2020년 사이 몇 차례 협상을 거쳐 ‘1단계 무역합의(Phase One Deal)’를 체결했지만 대부분의 관세는 유지되었고, 본질적인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완화된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기술과 안보,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은 계속되었다.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무역정책은 다시 급격히 강화되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145%의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은 다시 명시적인 무역전쟁 국면에 진입했다.

상호관세와 무역갈등의 구조화

이번 관세전쟁의 특징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라는 점이다. 미국이 특정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국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명분상 공정무역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협상 여지를 줄이고, 갈등을 고착화시키는 전형적인 무역전쟁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외교적 협상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일부 국가에는 관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있으며, 이는 공급망 재편과 외교적 우군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국가 간 영향력 투사의 수단이 되었다.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충격

관세전쟁은 실물경제에도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수입비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있으며, 중국 역시 수출둔화와 산업 내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고율관세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 다변화, ‘중국+1 전략’,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같은 공급망 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멕시코, 인도 등은 새로운 제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전체적인 공급망 재편은 비용증가와 시간지연을 동반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투자위축, 금융시장 불안정성 등도 관세정책의 연쇄적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세전쟁의 확장 가능성과 제도화

2025년 현재 관세전쟁은 단순한 세율조정이 아니라 제도화된 경제전략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세(CBAM)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은 기술수출 통제, 반도체 지원법, IRA 등 각종 산업정책과 관세정책을 결합해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디지털세, 환경관세, 안보 관련 수출통제 등 비관세 장벽이 관세정책과 함께 작동하면서 무역갈등은 더욱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는 이제 단기적 보호 조치가 아니라 경제안보와 외교전략의 핵심 장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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