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소플라스마 곤디(Toxoplasma gondii)는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들까?

형광현미경으로 촬영한 톡소플라스마 곤디

형광현미경으로 촬영한 톡소플라스마 곤디

CC BY 4.0, wikimedia commons.

기생충과 인간 행동의 관계에 대한 가설

사람의 성격과 감정은 유전과 성장 환경, 스트레스, 뇌 기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몸속에 사는 기생충이 인간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의 중심에는 톡소플라스마 곤디(Toxoplasma gondii)라는 원충이 있다. 이 생물은 오래전부터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기생충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감염병 연구를 넘어 행동과학과 정신의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감염된 사람에게서 공격성이나 충동성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을 함께 받았다.

톡소플라스마 곤디는 어떤 기생충일까?

톡소플라스마 곤디는 고양이과 동물을 최종 숙주로 하는 원충이다. 사람은 고양이의 분변으로 오염된 흙이나 물을 접하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은 육류를 섭취하면서 감염될 수 있으며, 오염된 채소와 과일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드물게는 임신 중 태아에게 감염되기도 한다.

세계 인구의 약 30%가 한 번 이상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건강한 성인의 대부분은 평생 특별한 증상 없이 살아간다. 면역계가 기생충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다만 임신부나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사람에게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톡소플라스마 곤디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과정과 생활사

톡소플라스마 곤디의 감염 경로와 생활사

By CDC/Alexander J. da Silva, PhD,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행동을 바꾸는 기생충

톡소플라스마가 행동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때문이다. 실험에서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 냄새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양이 냄새가 나는 장소를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접근하는 행동까지 관찰되었다. 그 결과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생충은 다시 최종 숙주인 고양이의 몸으로 돌아가 생활사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켜 자신의 생활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시카고대학교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

사람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까? 이 질문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정신과 의사 에밀 F. 코카로(Emil F. Coccaro) 연구팀은 성인 35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 IED) 환자와 다른 정신질환 환자, 그리고 건강한 대조군으로 나눈 뒤 혈액 검사를 통해 톡소플라스마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표준화된 심리검사를 이용해 공격성과 충동성, 분노 등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사람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보다 공격성 척도에서 평균 점수가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간헐적 폭발성 장애 환자에서는 감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우울증이나 불안과의 연관성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톡소플라스마 감염과 공격성 사이에 연관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 결론은 아니다

흥미로운 결과였지만 연구진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감염과 공격성 사이의 상관관계(correlation)를 확인한 것이지, 감염이 공격성을 직접 높인다는 인과관계(causation)를 입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염이 공격성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감염이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생활환경이나 식습관처럼 또 다른 요인이 감염과 공격성 모두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어느 쪽도 단정할 수 없다.

기생충은 정말 뇌에 영향을 줄까?

톡소플라스마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과학자들은 몇 가지 가능한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있다. 감염된 톡소플라스마는 뇌 조직에 잠복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세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충동성이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2016년 이후에도 관련 연구는 계속 이어졌지만, 일부 연구는 감염과 위험 감수 성향이나 충동성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한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연구 결과는 아직 일관되지 않다.

현재 학계는 톡소플라스마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고양이 기생충이 사람의 성격을 바꾼다”거나 “감염되면 쉽게 화를 낸다”는 식의 단정적인 해석은 현재의 과학적 근거를 넘어선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마무리하며

톡소플라스마 곤디는 단순히 감염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넘어 인간의 뇌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 존재가 되었다. 특히 시카고대학교 연구는 잠복감염과 공격성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하면서 감염병과 정신의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물론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감염과 공격성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는 수준이다. 감염이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든다는 결론에 이르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기생충과 인간 행동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축적될 연구 결과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과장된 해석보다 근거를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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