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앱인가, 전략 자산인가
틱톡(TikTok)은 단순한 짧은 영상 앱이 아니다. 2020년대 들어 미국, 유럽연합,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이 이 플랫폼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SNS는 더 이상 민간기술로만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
틱톡은 이제 지정학적 긴장과 디지털 주권이 맞물린 전략 자산으로 간주된다. 이전까지는 전력망, 통신망, 반도체 기술과 같은 물리적 인프라가 전략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 자체가 정보흐름과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틱톡은 그 규모만으로도 국가 안보 담론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미국의 입장: ‘소유구조’가 가져온 정치적 우려
미국에서 틱톡을 둘러싼 논쟁은 2020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정부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중국기업이라는 이유로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정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은 「국가안전법(2015)」과 「국가정보법(2017)」을 통해 민간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이는 바이트댄스가 수집한 데이터가 중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는 의심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 내에서 정당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2024년 미국의회는 틱톡에 대한 매각명령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바이트댄스가 일정 기간 내에 미국 내 틱톡 사업을 미국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는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규제가 아니라 데이터 주권과 기업 소유권을 둘러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의 일환이다.
유럽과 인도의 대응: 개인정보 보호와 주권 방어
미국 외에도 틱톡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인도는 2020년 6월, 중국과의 국경충돌 직후 틱톡을 포함한 59개의 중국산 앱을 전면 차단했다. 당시 인도정부는 이들 앱이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해친다며 접근 자체를 봉쇄했다. 이는 물리적 분쟁이 디지털 플랫폼 차원까지 확산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유럽연합은 금지보다는 법적 규제를 통해 플랫폼을 압박하고 있다. EU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GDPR(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을 시행 중이며 틱톡은 여러 차례 이에 저촉됐다.
2023년 9월, 아일랜드 데이터 보호위원회(DPC)는 틱톡이 미성년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처리하고, 유럽 외 국가로의 데이터 이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억 4,5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DSA)도 시행하여 틱톡과 같은 ‘매우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VLOP)’이 데이터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한 기술 기준이 아니라 디지털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표현의 자유인가, 데이터 통제인가
틱톡을 둘러싼 논쟁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도 충돌한다. 틱톡은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수단으로, Z세대의 창작문화와 사회운동, 정보 유통 구조를 빠르게 바꿔왔다.
일각에서는 틱톡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행위가 검열에 해당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개인의 자유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가치로서 ‘국가 안보’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틱톡은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위치정보, 단말기 식별값, 사용 패턴, 음성·텍스트 데이터 등 다양한 비정형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가 중국정부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보주권(sovereignty over data)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처럼 틱톡은 더 이상 기술적 중립성을 주장할 수 없는 플랫폼이 되었고, 이용자 역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정치적·경제적 데이터의 주체로 간주되고 있다.
플랫폼의 중립성은 가능한가
틱톡 사태는 단일 앱을 넘는 플랫폼 시대의 변곡점이다. 앞으로는 ‘어떤 앱을 쓰는가’보다, 그 앱이 누구의 통제를 받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국가와 기업은 데이터 통제권과 시장 영향력을 두고 충돌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정보와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자각해야 하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SNS 플랫폼은 국경을 초월하는 도구가 아니라 국경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틱톡은 국가안보의 상징이 되었고 플랫폼 사용은 기술소비가 아니라 정치적 행위로 간주된다. 플랫폼이 중립일 수 없는 만큼 사용자 또한 더 이상 중립일 수 없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