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스트레스, 흰머리를 만드는 두 가지 요인

거울 앞에서 새치머리로 스트레스 받은 표정의 여자 얼굴

스트레스도 흰머리를 만들까

일반적으로 흰머리는 노화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머리카락의 색은 모낭에 존재하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Melanocyte Stem Cells)가 만드는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색소를 공급하는 이 세포의 수는 점차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에는 색소가 전달되지 않아 회색이나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흰머리는 단순히 노화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스트레스 역시 머리카락 색 변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뒤 갑자기 흰머리가 늘었다는 경험담도 흔하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실제로 머리카락의 색을 바꿀 수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은 쥐에게 나타난 변화

이 질문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연구가 있다. 2020년 Nature에 발표된 하버드대학교 줄기세포 연구자 야치에 쉬(Ya-Chieh Hsu) 연구팀의 동물 실험이다.

연구진은 검은 털을 가진 쥐를 대상으로 사회적 격리, 수면 교란, 통증 자극과 같은 스트레스 조건을 가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의 털에는 흰 반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대조군 쥐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노르아드레날린의 역할

연구팀은 이어서 어떤 생물학적 요인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추적했다. 실험 결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은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었다. 이 물질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연구자들은 이 물질을 쥐의 피부 아래에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자 특별한 스트레스 상황이 없어도 주입된 부위의 털이 하얗게 변했다. 이 결과는 노르아드레날린이 털 색 변화의 핵심 요인일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스트레스가 과정을 앞당긴다

스트레스를 받아 흰색으로 털이 변하는 쥐 이미지

스트레스로 색소 줄기세포가 줄어들면 털의 색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모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은 모낭 속 줄기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킨다. 그 결과 줄기세포가 급격히 분열하면서 일부 세포가 모낭을 떠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모낭에서 색소 세포를 만들어내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빠르게 고갈된다. 결국 이후 자라나는 털은 색소를 공급받지 못해 흰색으로 나타난다.

수용체를 차단하자 흰 털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더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쥐의 세포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 결합하는 수용체를 변형시켜 이 물질이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조작된 쥐들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털 색이 변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스트레스 신호가 색소 줄기세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트레스가 남기는 생물학적 흔적

이 연구는 스트레스가 단순히 심리적 상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세포 수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모낭 속 색소 줄기세포가 한 번 고갈되면 다시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털이나 머리카락의 색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낭 구조와 색소 세포 시스템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스트레스와 흰머리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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