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의 코는 어떻게 사라졌을까

스핑크스의 코가 잘 드러나는 사진

기자의 대스핑크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사라진 스핑크스의 코

기자의 피라미드 앞에 자리한 대스핑크스(The Great Sphinx of Giza)는 수천 년을 버텨온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결손되어 있다. 바로 코다. 이 사라진 코를 두고 전쟁 피해설은 물론 정복자와 대포까지 용의자로 거론되어 왔지만  기록이 보여주는 결론은 다르다.

나폴레옹은 범인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주장은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원정하던 시기 대포로 스핑크스의 코를 날려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연대가 맞지 않는다. 나폴레옹이 태어나기도 전인 18세기 초의 스케치와 기록들에는 이미 코 없는 스핑크스가 등장한다. 그가 스핑크스를 처음 보았을 때, 코는 오래전부터 사라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 피해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스핑크스의 코가 사라진 원인으로 1·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군이나 독일군이 종종 지목된다. 전쟁 중 포격이나 표적 사격으로 훼손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록과 시기를 모두 놓고 보면 성립하지 않는다.

1886년에 촬영된 한 사진 속 스핑크스는 이미 코가 없는 모습이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의 기록인 만큼, 전쟁으로 인한 손상이라는 설명은 사실상 배제된다. 전쟁으로 훼손된 유적은 많지만, 이 사례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문헌에 남은 유일한 실명

코 훼손과 관련해 이름까지 명확히 남아 있는 인물은 단 한 명으로, 14세기 후반의 이슬람 성직자 무함마드 사임 알-다르(Muhammad Sa’im al-Dahr)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1378년, 기자 지역 농민들이 풍작을 기원하며 스핑크스에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보고 이를 우상 숭배로 간주해 스핑크스의 코와 귀 일부를 훼손했다. 이 사건은 큰 반발을 불러왔고, 그는 결국 군중에 의해 처형되었다.

다만 이 기록만으로 현재 우리가 보는 완전한 코의 소실을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다. 훼손은 있었을 수 있으나, 결과는 단일 사건의 산물이라기보다 누적된 변화에 가깝다.

자연 풍화의 가능성

스핑크스는 화강암이 아닌 부드러운 석회암으로 조각되었다. 얼굴 가운데에서도 코는 가장 돌출된 구조다. 이런 형태는 바람과 모래, 온도 변화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 수천 년에 걸친 풍화 작용은, 특별한 파괴 행위가 없더라도 구조를 점차 약화시킨다.

현재 고고학자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보는 설명은 이 점이다. 인간의 훼손이 촉발 요인이었을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랜 자연 침식이라는 해석이다.

마무리하며

스핑크스의 코를 둘러싼 주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연대와 사료 기록을 대조하면 성립하지 않는다. 전쟁이나 정복자의 포격으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고, 문헌으로 확인되는 인물의 훼손 역시 현재의 완전한 소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스핑크스의 코는 누군가에 의해 한 번에 부서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시간이 겹치며 사라진 흔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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