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 버전과 메스너 버전의 세븐 서밋 지도
By Voros.adrienn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세븐 서밋
지구의 일곱 대륙에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최고봉이 존재한다. 이 봉우리들은 단순한 지리적 최고점을 넘어, 인류가 자연의 한계를 시험해온 탐험 정신의 이정표로 남아 있다. 20세기 후반 ‘세븐 서밋(Seven Summits)’이라는 개념이 정립되면서, 이 일곱 봉우리를 모두 오르는 일은 전 세계 등반가들의 관심사이자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글은 현대 등반계의 표준인 메스너(Reinhold Messner) 버전을 따른다. 오세아니아의 최고봉은 호주 코지우스코산이 아닌, 인도네시아 파푸아섬의 푼착 자야(Puncak Jaya)로 본다.
아시아 – 에베레스트(Everest, 8,848m)
히말라야 산맥의 정상부에 위치한 에베레스트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와 네팔의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가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이 순간은 인류가 ‘지구의 지붕’에 닿은 첫 기록이자, 서로 다른 문화권의 협력이 만들어낸 상징적 성취로 평가된다.
남아메리카 – 아콩카과(Aconcagua, 6,961m)
안데스 산맥 중앙부, 아르헨티나 멘도사 주에 솟은 아콩카과는 남미 대륙의 최고봉이자 비화산성 산 중 세계에서 가장 높다.
1897년 1월 14일, 스위스 산악인 마티아스 추르브리겐(Matthias Zurbriggen)이 최초로 정상에 도달했다. 이후 폴란드 원정대가 개척한 ‘노멀 루트(Normal Route)’가 대중화되며, 오늘날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고산 등반지로 알려져 있다.
북아메리카 – 데날리(Denali, 6,194m)
알래스카의 혹한 속에 솟은 데날리는 북미 대륙의 최고봉이다. 이름은 아타바스칸어로 ‘위대한 산’을 의미하며, 한때 ‘매킨리(McKinley)’로 불리다가 2015년 원주민 명칭으로 복원되었다.
1913년 6월 7일, 허드슨 스턱 원정대 4인(Hudson Stuck, Harry Karstens, Walter Harper, Robert Tatum)이 첫 등정에 성공했다. 극지 기후와 고립된 지형은 오늘날까지도 이 산을 가장 험난한 고산 중 하나로 만든다.
아프리카 – 킬리만자로(Kilimanjaro, 5,895m)
적도 부근 탄자니아에 우뚝 솟은 킬리만자로는 세 개의 화산체로 이루어진 독립 산맥이며, 열대 기후 속에서도 만년설을 이고 있는 독특한 봉우리다.
1889년 10월 6일, 독일의 한스 마이어(Hans Meyer)와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푸르첼러(Ludwig Purtscheller)가 처음으로 정상인 우후루(Uhuru)에 섰다. 그들은 “적도 위의 눈”이라는 역설적인 풍경 속에서 아프리카의 상징적 봉우리를 완등했다.
유럽 – 엘브루스(Elbrus, 5,642m)
러시아 코카서스 산맥에 자리한 엘브루스는 유럽 대륙의 최고봉으로 인정된다.
1874년, 플로렌스 그로브(Florence Crauford Grove)를 비롯한 러시아 원정대가 처음으로 엘브루스 정상에 올랐다. 오늘날에는 정비된 산악 기지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접근이 쉬운 고산으로 알려져 있다.
엘브루스는 지리적으로 아시아 경계에 걸쳐 있으나, 역사·문화적으로는 유럽을 대표하는 봉우리로 분류된다.
오세아니아 – 푼착 자야(Puncak Jaya, 4,884m)
인도네시아 파푸아섬 중앙산맥에 솟은 푼착 자야는 오세아니아 대륙의 최고봉이다.
1962년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가 최초로 등정에 성공했다. 행정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영토에 속하지만, 지질학적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 판 위에 있어 오세아니아의 최고봉으로 분류된다.
우림과 석회암 절벽을 통과해야 하는 접근로는 세븐 서밋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구간으로 꼽힌다.
남극 – 빈슨 매시프(Vinson Massif, 4,892m)
엘즈워스 산맥의 중심에 위치한 빈슨 매시프는 남극 대륙의 최고봉이다.
1966년 12월 17일, 미국 산악인 니컬러스 클린치(Nicholas Clinch)와 그의 팀이 첫 등정에 성공했다. 혹한과 고립, 극한의 기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 이 등정은 인류 탐험사에서 가장 극적인 도전 중 하나로 기록된다.
마무리하며
‘세븐 서밋’은 단순히 고도를 겨루는 도전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극복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다. 각 봉우리는 하나의 대륙을 대표하며, 인류가 협력과 끈기로 이룩한 탐험 정신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