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0월 25일, 버뱅크 NBC ‘투나잇 쇼’ 녹화 중 오바마와 PD 미셸 타소프
By Pete Souz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정치가 ‘쇼’가 되는 현상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는 정치(politic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정치가 더 이상 단순한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감정, 이미지, 스토리, 연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오락적 무대로 변한 현상을 뜻한다.
이 개념은 1990년대 이후 미디어 정치 연구에서 등장해 오늘날에는 세계적 키워드가 되었다. 정치인은 연예인처럼 노출을 관리하고, 언론은 정책보다 장면을, 내용보다 드라마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정치는 설득의 예술이 아니라 ‘관심의 경쟁’이 되었다.
세계 곳곳의 폴리테인먼트
이 현상은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그는 정치 이전부터 TV 리얼리티쇼의 인물이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공연처럼’ 연출했다.
- 이탈리아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언론 재벌이자 총리로서 정치와 미디어를 하나의 무대로 통합했다.
-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코미디 배우 출신 대통령으로, 대중과의 직접적 소통 능력을 통해 폴리테인먼트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
- 한국에서도 정치인의 유튜브 채널, 밈(meme) 활용, 예능 출연이 일상화되며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정치인은 더 이상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대중의 피드백에 반응하는 퍼포머(performer)가 되었다.
미디어의 역할
폴리테인먼트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텔레비전 시대에는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과 발언이, 디지털 시대에는 SNS의 알고리즘과 감정적 반응이 정치의 중심 무대를 바꿔 놓았다.
오늘날의 정치인은 좋아요(Like)와 조회수(View)로 평가받는다. 그 결과, 정치는 논리보다 리듬, 논쟁보다 장면을 추구하게 되었다. 트윗 한 줄, 영상 30초, 밈 하나가 정책 보고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딜레마
폴리테인먼트의 확산은 양면성을 가진다. 한편으로는 대중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고, 젊은 세대에게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의 본질을 희석시키며, 정책보다 감정적 분열과 이미지 전쟁을 강화한다.
밀라노 대학의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졸레니와 슐츠(Mazzoleni & Schulz, 1999)는 정치가 점점 미디어의 논리에 따라 ‘연출(staging)’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정치는 더 많은 관객을 얻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표면적 소비에 노출된 것이다.
관심의 시대’에 남은 질문
폴리테인먼트는 단순히 정치가 변했다는 뜻이 아니라, 대중의 정치 인식 방식이 바뀌었다는 신호다. 정치가 오락이 된 시대에, 우리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대신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폴리테인먼트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정치가 더 재미있어질수록, 우리는 더 현명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