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라싸(티베트의 수도) 열차: 골무드를 지나 티베트 고원으로 오르는 구간
By Michel Royon(User:Royonx), CC0, wikimedia commons.
영구동토란 무엇인가
지구의 북극권과 고산지대에는 수천 년 동안 얼어붙어 있는 땅이 있다. 이를 영구동토(permafrost)라고 부른다. 정의는 간단하다. 흙, 모래, 점토, 암석 등이 2년 이상 연속해서 0℃ 이하의 상태를 유지하면 영구동토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얼어붙은 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구동토는 지구 환경과 기후 시스템에 깊숙이 연결된 존재이며,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분포와 규모
현재 지구 육지 표면의 약 24%가 영구동토로 덮여 있다. 면적은 무려 1,50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등 고위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시베리아 일부 지역의 영구동토는 두께가 1킬로미터를 넘기도 하며,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은 지역에 따라 두께가 몇 미터에서 약 650m까지 다양하다. 지하 얼음 덩어리(ground ice)는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의 흔한 특징이다. 이 광대한 얼음 지대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수천 년 동안 형성되어 현재까지 보존되어온 것이다.
탄소 저장고로서의 역할
영구동토가 중요한 이유는 그 속에 막대한 양의 탄소가 갇혀 있기 때문이다. 식물과 동물이 얼어붙은 채 썩지 않고 남아 있으면서 유기물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영구동토에 저장된 탄소량이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영구동토는 흔히 ‘탄소 저장고(carbon sink)’라 불린다.
녹을 경우의 위험
그러나 기온이 상승해 영구동토가 녹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땅이 풀리면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폭발적으로 가속시킬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되돌릴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3년 캐나다 허셜 섬에서 융해로 드러난 두꺼운 영구동토층.
By Boris Radosavljevic, , CC BY 2.0, wikimedia commons.
생태계와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
영구동토는 단순히 얼어붙은 땅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얼어붙은 지반이 녹으면 도로, 건물, 송유관 같은 인프라가 붕괴할 수 있고, 강과 호수의 흐름이 달라지며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급격히 변한다. 또한 지하수의 화학 조성이 바뀌고 땅이 고르지 못하게 변형되면서, 지역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변화
지구는 1880년 이후 약 0.8℃ 상승했다. 특히 북극은 전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단 1℃만 더 상승해도 전 세계 영구동토의 4분의 1 이상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미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등지에서는 거대한 싱크홀, ‘좀비 불(zombie fire)’이라 불리는 지하 화재, 고대 미생물·바이러스의 재활성화 같은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지구 기후의 시한폭탄
영구동토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녹기 시작하면, 그 속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폭발적으로 방출되어 인류가 아무리 배출량을 줄여도 기후 변화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영구동토는 단순한 얼어붙은 땅이 아니라, 지구 기후 체계의 시한폭탄이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