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Ozone)의 경고, 지구의 응답

오존층의 변화

1979년부터 2022년 사이의 일부 연도에 대한 남반구 오존량

By NASA’s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하늘에 뚫린 구멍

1982년, 남극 상공의 오존(O₃)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다는 관측 결과가 영국 남극조사단(BAS)에 의해 보고되었다. 오존은 성층권(지표면으로부터 약 10~50km 고도)에 존재하는 무색 기체로, 특히 20~30km 부근에서 가장 높은 농도를 보인다.

이 오존층(ozone layer)은 자외선을 흡수해 생명체를 유해한 복사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보호막이 국소적으로 붕괴된다는 것은 단순한 대기현상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균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른바 “오존 구멍”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북극보다 남극에서 훨씬 더 급격하게 나타났고, 1975년 대비 최대 70%에 달하는 오존 농도 감소가 관측되었다.

과학자들이 망설였던 이유

오존층의 붕괴는 처음부터 곧바로 인지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지구물리학자 조 파먼(Joe Farman)은 측정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했고, 이듬해 새로운 장비를 투입했지만 결과는 더 심각했다. 그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오존 농도는 계속 떨어졌다.

결국 파먼과 동료들은 1985년, 『네이처(Nature)』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세계 과학계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오존층이 얇아지면 자외선이 지표까지 도달해 피부암, 백내장, 식물 성장 저해 등 전 지구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경고는 있었다

오존 파괴의 원인은 이미 10년 전에 제기된 바 있었다. 1974년, 미국의 프랭크 롤런드(Frank Rowland)와 마리오 몰리나(Mario Molina)는 염소화불화탄소(CFCs)라는 화합물이 자외선과 반응해 오존을 분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물질은 스프레이 제품과 냉장고 냉매 등에 널리 사용되던 중이었고, 그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일찍이 CFC 사용을 금지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여전히 이를 규제하지 않았다. 결국 실제로 오존층이 붕괴되는 모습이 관측되고 나서야 그 경고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몬트리올로 향하는 협력의 흐름

과학자들의 경고, 언론 보도, 대중의 불안, 그리고 정치적 의사결정이 맞물리면서 1987년, 국제사회는 역사적인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를 채택하게 된다. 이 협약은 CFC류 물질의 전 세계적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약속이었다.

이후 오존층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고, 성층권 오존 농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협약을 환경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제 협력의 사례로 평가한다.

오존에서 기후로, 하나의 모델

오존층 복원은 과학의 경고, 정책의 실행, 그리고 국제적 합의가 맞물려 실질적인 환경 회복을 이끌어낸 보기 드문 사례다. 전문가들은 2075년경이면 오존 농도가 1975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이 사례는 단지 오존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기후위기와 같은 복합적 문제에 대응하는 하나의 작동 가능한 모델이기도 하다. 변화는 뒤늦게 관측되고, 조치는 늦게 효과를 보지만, 과학적 통찰과 국제 협력, 정치적 결단이 뒷받침된다면 지구는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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