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은 감정보다 강한 변수
사랑이 관계를 시작하게 한다면, 돈은 그 관계의 내구성을 시험한다. 대부분의 부부는 한 번쯤 ‘돈 문제’로 다툰다. 하지만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재정적 성향의 불일치는 실제로 이혼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감정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태도와 신뢰의 문제다.
돈 문제는 이혼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
캔자스주립대학교(Kansas State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돈 문제로 다투는 것은 이혼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 연구진은 미국 전국가구조사를 바탕으로 4,500쌍 이상의 부부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그 결과 소득이나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결혼 만족도와 관계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돈 문제에 관한 다툼은 다른 갈등보다 더 격렬하고, 회복이 더디며, 감정적 여파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재정적 갈등은 단순한 의견 충돌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의 균열을 드러내는 지표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재정적 불륜’
돈을 둘러싼 문제는 ‘태도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시시피 남부대(University of Southern Mississippi)의 연구는 ‘재정적 불륜(financial infidelity)’, 즉 돈과 관련된 비밀이나 거짓말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3%)이 지출을 숨기거나 실제보다 적게 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그 결과,
- 76%는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했고,
- 10%는 실제로 이혼으로 이어졌다.
숨김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다. 돈을 감추는 행위는 결국 감정을 감추는 행위로 해석된다.

갈등 회피와 신뢰 상실
연구진은 이러한 재정적 불륜이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관계 내 의사소통의 결핍을 드러내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많은 참여자들이 돈을 숨긴 이유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를 꼽았다는 점은, 재정 문제가 곧 감정적 충돌의 트리거임을 시사한다. 즉, 금액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정 과정에서의 불균형이다.
한쪽이 의견을 말하지 못하거나,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선택을 숨긴다면, 그 순간부터 관계의 신뢰 회로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이 연구는 재정적 불륜을 도덕적 문제로만 보기보다, 정서적 안전감(emotional safety)이 무너진 결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적 침묵의 위험성
돈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표현이다. 따라서 재정 이야기를 피하거나 숨긴다는 것은 함께하는 삶의 방향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랑을 지키고 싶다면 감정을 말하기 전에 돈에 대한 생각부터 솔직하게 나누어야 한다. 신뢰는 말로 쌓이고, 숫자로 확인된다.
마무리하며
돈은 관계를 시험하는 현실적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은 ‘누가 더 많이 버느냐’가 아니라, ‘함께 어떻게 쓸 것이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