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유는 시어지는 걸까?

우유는 왜 시어질까

우유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이용해온 식품 가운데 하나다. 신선한 우유는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을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유의 시큼한 향과 맛으로 변한다. 우리는 이를 흔히 “우유가 상했다”고 표현한다. 사실 이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화학 반응 때문이다.

미생물과 화학이 만든 변화

우유에는 락토스(lactose)라는 당이 들어 있다. 여기에 더해 우유 속에는 유산균(Lactobacillus)이라는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락토스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젖산(lactic acid)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젖산이 축적되면 우유는 점점 산성화되고, 단백질 구조가 변하면서 시큼한 맛과 걸쭉한 질감이 함께 나타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맛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산성 환경이 형성되면서 우유 속 주요 단백질인 카제인(casein)이 응집해 커드(curd)라는 덩어리를 만든다. 우리가 치즈나 요구르트에서 접하는 독특한 질감이 바로 이 응고 현상에서 비롯된다. 즉, 우유가 시어지는 과정은 단백질과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살균과 보존의 과학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우유는 왜 오래도록 신선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답은 저온 살균(pasteurisation)에 있다. 19세기 루이 파스퇴르가 개발한 이 방법은 해로운 세균을 죽이는 동시에 유산균의 수도 크게 줄여준다. 덕분에 냉장고 안에서 우유는 2~3주 정도 보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산균은 다시 증식하고 우유는 결국 시어지게 된다.

치즈와 요구르트의 출발점

우유의 시어짐이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상했다’고 부르는 상태는 엄밀히 말하면 부패와 발효의 경계에 있는 것이다. 오래 두면 잡균이 번식해 불쾌한 냄새와 강한 신맛이 생기지만, 인류는 이 변화를 단순히 방치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통제된 발효로 길들여왔다.

요구르트는 선택된 유산균(Lactobacillus bulgaricus, Streptococcus thermophilus)을 넣고 약 40℃에서 발효시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젖산이 단백질을 변형시켜 부드럽고 상큼한 맛, 걸쭉한 질감이 만들어진다.

치즈는 여기에 레닛(rennet)이라는 효소를 더해 카제인을 응고시키고, 형성된 커드(curd)를 잘라 수분을 제거한 뒤 소금을 더한다. 이후 숙성 과정에서 곰팡이나 세균이 작용해 브리의 부드러움부터 파르메산의 깊은 풍미까지 다양한 개성이 생겨난다.

우유 한 잔에 담긴 역사

오늘날 전 세계 우유 생산량은 2024년 기준 한 해 약 9천 5백억 리터에 달한다. 그 방대한 양은 그대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사워크림 같은 다양한 유제품으로 가공된다. 우리가 아침 식탁에서 만나는 우유 한 잔이나 치즈 한 조각에는 수천 년에 걸친 미생물학적 지혜와 문화적 전통이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마무리하며

우유가 시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다. 그 속에는 미생물과 화학 반응이 만들어낸 섬세한 변화가 숨어 있다. 더 나아가 인류는 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활용해 새로운 음식을 창조해냈다. 그래서 우유의 시어짐은 부패의 상징이 아니라, 발효와 창조의 가능성을 품은 자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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