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리스테린 제품들 (USA, 2014)
By Mike Mozart, CC BY 2.0, wikimedia commons.
오늘날 욕실 선반 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리스테린(Listerine). 그 강한 알코올 향과 짜릿한 청량감은 이제 ‘입 냄새 제거’의 상징처럼 느껴지지만, 처음부터 구강청결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었다. 리스테린의 역사는 의학 실험실에서 시작된다.
항균 의학의 아버지, 조셉 리스터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수술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환자들은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의사들조차 손을 씻지 않은 채 수술을 집도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영국의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Sir Joseph Lister)다. 그는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페놀 용액으로 수술 기구와 상처를 소독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의 이름은 곧 “항균 의학의 혁명”을 상징하게 된다.
1879년, 리스테린의 탄생
리스테린은 리스터의 제자 중 한 명인 조셉 로렌스(Joseph Lawrence)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알코올 기반의 살균제였다. 1879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탄생한 리스테린은 처음에는 수술실용 소독제로 사용되었다.
당시 리스테린은 수술 기구와 상처를 소독하는 데 사용되었고, 상처 치료나 방부용으로도 쓰였다. 또한 비듬 치료제로 활용되었으며, 심지어 바닥 청소용으로까지 사용되었다. 즉, 오늘날의 구강청결제라기보다 다용도의 살균제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치과로, 그리고 가정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치과의사들이 리스테린의 강력한 살균 효과에 주목했다. 그들은 환자의 구강 세균을 줄이고 입 냄새를 예방하는 용도로 리스테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리스테린은 의학용에서 생활용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1920년대, 구취(할리토시스) 마케팅

“입 냄새가 로맨스를 망친다”는 문구로 유명한 리스테린 광고(1927년 보그)
By Lambert Pharmacal Company,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리스테린이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결정적 계기는 1920년대 광고 캠페인이었다. 당시 제작사인 램버트 제약회사는 ‘할리토시스(halitosis, 구취)’라는 의학 용어를 대중적으로 알리며, ‘입 냄새는 사회적 실패의 원인’이라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이전까지 구취는 병으로조차 인식되지 않았지만, 리스테린의 광고는 이를 치료해야 할 문제로 각인시켰다. 그 결과, 리스테린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현대 구강청결제의 시초’로 자리 잡았다.
오늘의 리스테린
150년이 지난 지금, 리스테린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구강청결제다. 알코올이 없는 제품, 민트 맛, 미백 효과가 있는 제품 등 수십 가지 변형이 나왔지만, 핵심은 여전히 ‘살균과 상쾌함’이다.
의학에서 생활로
리스테린의 역사는 단순한 제품의 성공담이 아니라, 의학적 발견이 생활 속 위생문화로 확장된 과정이다. 과학의 원리가 산업과 소비를 통해 일상으로 스며든 한 예이기도 하다.
수술실의 소독제에서 시작된 리스테린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강 위생을 위한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청결과 위생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학 기술이 일상 속으로 확장된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