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궤도를 향한 다툼, 우주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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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로고 (출처: 나사)

달은 다음 냉전의 무대다

인류는 이미 반세기 전 달에 발을 디뎠지만 오늘날 달은 단순한 과학탐사가 아닌 전략적 영토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달의 남극지역은 물(얼음)의 존재 가능성 때문에 각국이 가장 먼저 도달하려는 주요 목표가 되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유인 달착륙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1969년과 달리 과시가 아니라 기지건설과 자원확보가 핵심이다. 아르테미스 III 임무에는 달 남극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포함한 탐사대원이 착륙할 예정이며, NASA는 이를 통해 장기 체류형 달탐사 기초 인프라를 마련하고자 한다.

반면 중국도 창어(嫦娥) 7호 발사를 준비하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남극지역에 탐사 로봇과 착륙선을 투입해 수분자원 탐사와 지질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은 달 착륙선, 궤도선, 드론형 탐사기기를 조합한 ‘다중 탐사 체계’를 앞세워 기술력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양국 모두 ‘달 거점 확보’를 국가전략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이는 우주 외교와 군사전략까지도 포함하는 큰 그림이다.

궤도 위에서 벌어지는 통신·정보 전쟁

달보다 더 치열한 전장은 지구 저궤도(LEO, Low Earth Orbit)다. 이 영역은 일반적으로 지표면으로부터 160km에서 2,000km사이에 위치한다. 최근에는 각국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까지 뛰어들어 이 제한된 공간을 두고 ‘궤도 점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다. 이 회사는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Starlink)를 통해 이미 6천 개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수년 내에 1만 기 이상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는 전 세계 어디서든 지연 없는 인터넷을 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군사 작전·정찰·우주감시 기능까지 포함된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자체 위성 인터넷망인 ‘국망(国网, Guowang)’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IRIS² 위성망, 아마존은 카이퍼(Kuiper)프로젝트로 맞서고 있다. 모두가 ‘디지털 영공’을 차지하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한 것이다. 위성궤도는 한정되어 있으며, 먼저 차지한 쪽이 서비스 품질과 데이터 흐름을 장악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한국과 중견국의 도전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우주기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달 착륙선 제작,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구축 등 장기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국산 위성의 소형화·상용화 기술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찬드라 3호의 달착륙 성공, 화성 궤도선(MOM) 운용 등으로 입지를 강화했으며, 2025년 이후에는 유인 우주비행 ‘가가니안(Gaganyaan)’ 프로젝트로 한 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역시 정밀 착륙기술과 소형 탐사로봇(SLIM)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들 중견국은 단순히 미국과 중국을 뒤쫓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기술 분야에서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국가 주도와 민간 파트너십의 결합, 즉 ‘민간-국가 협력 모델’이 두드러지며, 기술의 실용화·상용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조약 없는 하늘, 충돌은 시간 문제인가

우주에는 사실상 강제력을 갖춘 국제법이 거의 없다. 1967년의 ‘외기권조약(Outer Space Treaty)’이 대표적이지만, 이는 무기의 배치만 금지할 뿐 자원채굴, 기지건설, 민간 소유권에 대해선 모호하다.

미국은 자국 기업에 우주 자원 소유권을 허용하는 ‘우주법(2015)’을 만들었고,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우주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재정의하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며, ‘우주의 군사화 반대 조약’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조약 미비 속에서 달의 자원과 궤도 점유를 둘러싼 충돌 가능성도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우주는 누구의 것인가

지금의 우주 경쟁은 단순한 과학기술 과시가 아니다. 달의 물은 곧 연료이며, 궤도 위 위성은 통신망의 기반이고, 정찰기술은 안보전략의 핵심이다. 우주를 선점한 국가는 정보, 자원, 군사, 경제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지구상의 권력을 재편할 수 있는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그 미래는 단지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달 기지의 기반 설계도는 이미 완성되고 있으며, 저궤도 위성 수천 기가 궤도를 돌며 국가 간 데이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주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누구의 것이 될지를 두고 조용하지만은 않은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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