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만나는 성지

서론

예루살렘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의미를 지닌 도시 중 하나다. 인구 규모나 경제적 영향력으로만 본다면 세계의 대도시들과 비교해 그리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역사적 맥락에서 예루살렘은 독보적이다. 왜냐하면 유대교(Judaism)와 기독교(Christianity), 이슬람교(Islam)가 모두 자신들의 성지로 여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위상은 도시를 인류 문명의 ‘정신적 교차로’로 만들었고, 동시에 수많은 갈등과 분쟁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성전 산(Temple Mount)과 통곡의 벽 – 유대교의 뿌리

통곡의 벽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통곡의 벽(The Western Wall)

By Filip Maljković from Serbia,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유대교에서 예루살렘은 ‘신의 집’이 자리한 장소다. 기원전 960년경 솔로몬이 세운 성전은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과 신앙을 상징했다. 그러나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II)이 성전을 파괴하면서 그 화려함은 사라졌다. 이후 재건과 확장이 이어졌고, 헤롯왕 시기에는 거대한 건축사업이 진행되어 성전은 다시 한 번 장엄한 위용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기 70년 로마군의 예루살렘 포위로 성전은 완전히 무너졌다.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서쪽 벽, 즉 ‘통곡의 벽’뿐이다. 이 벽은 유대인들에게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신과 이어지는 영적 통로로 여겨지며,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그 앞에서 기도한다.

성묘 교회 – 기독교의 중심

성묘교회

성묘 교회는 동방 기독교 전통에서는 부활 교회로 알려져 있다.

By Jorge Láscar(jlascar), CC BY 2.0, wikimedia commons.

기독교 신앙에서 예루살렘은 예수(Jesus)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 펼쳐진 무대다. 성전에서 율법 학자들과 토론하던 소년 예수의 모습, 장성하여 성전을 더럽히던 상인들을 내쫓던 장면은 모두 이곳과 얽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맞이하고, 무덤에 묻히고, 그곳에서 부활했다는 믿음이다. 콘스탄티누스(Constantine) 황제는 4세기에 이 자리에 성묘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를 세웠고, 지금도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순례하는 핵심 성지가 되었다.

바위 돔과 알아크사 모스크 – 이슬람의 신비

바위의 돔과 알악사 모스크

왼쪽 “알악사 모스크”와 오른쪽 황금빛 “바위의 돔”, 뒤로 예루살렘 구시가

By imadM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슬람에서도 예루살렘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승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Prophet Muhammad)는 하룻밤 만에 메카(Mecca)에서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천상으로 승천했다고 한다.

그가 승천하기 전 발을 디뎠다는 바위 위에는 7세기 말 ‘바위 돔(Dome of the Rock)’이 세워졌는데, 황금빛 돔을 올린 이 건축물은 예루살렘의 상징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같은 구역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는 메카와 메디나(Medina)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로, 오늘날에도 무슬림 신앙의 심장부 중 하나다.

하나의 도시, 세 종교의 긴장

이렇듯 세 종교가 같은 공간을 성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예루살렘을 특별한 곳으로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점이 역사적으로 수많은 갈등과 충돌의 원인이 되어 왔다. 성전 산은 세 종교 모두에게 성스러운 곳이지만, 그 소유와 접근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긴장이 이어져 왔다. 정치적 대립과 종교적 열망이 얽히며 이 작은 공간은 국제 사회 전체의 분쟁 현장으로 확장되었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갈등의 축소판

예루살렘 구시가지와 성벽은 1981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에는 통곡의 벽, 성묘 교회, 바위 돔을 비롯한 220여 개의 역사적 기념물이 자리한다. 황금빛 돔을 얹은 바위 돔은 높이 35미터로, 도시 풍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다.

그러나 1982년부터는 보존 정책의 미비와 도시화의 압력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도 포함되었다.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인류의 유산이지만, 동시에 정치적 갈등이 집중된 ‘불안한 성지’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결론

예루살렘은 단순한 고대 도시가 아니다. 세 종교의 기억이 겹겹이 쌓이고, 각기 다른 신앙 공동체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따라서 이 도시는 신앙의 상징이자, 공존과 긴장의 과제를 함께 안고 있는 위태로운 세계 유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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