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우박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우박이 내려 바닥을 덮고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로어 가이저 베이슨 인근 숲 바닥을 뒤덮은 우박

By James St. John, CC BY 2.0, wikimedia commons.

뜨거운 여름날 갑자기 하늘에서 작은 얼음덩어리가 쏟아질 때가 있다. 지상의 기온은 30℃ 가까이 올라가 있는데, 어떻게 하늘에서는 녹지도 않은 얼음이 떨어지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우박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단순히 “높은 곳이 추워서 얼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박이 만들어지려면 거대한 폭풍 구름과 강력한 공기의 움직임이라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우박을 만드는 거대한 구름, 적란운

우박의 시작은 적란운(cumulonimbus cloud)이다. 여름철 오후, 강한 햇빛으로 데워진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적란운은 강한 소나기와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 때문에 흔히 뇌우 구름이라고도 한다. 잘 발달한 적란운의 꼭대기는 지상에서 약 10~15km 높이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멕시코 하늘에 피어나는 거대한 적란운

멕시코 하늘에 높이 피어오른 거대한 적란운

By Tomas Castelazo,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정도 높이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구름 속에는 얼음 결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하의 온도에서도 아직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작은 물방울들이 있다. 이를 과냉각 물방울(supercooled water droplets)이라고 한다. 이 작은 물방울들이 바로 우박을 키우는 재료가 된다.

작은 얼음 알갱이가 커지는 과정

적란운 내부는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강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뒤섞이며 움직이는 거대한 대기 엔진과 같다. 처음 만들어진 작은 얼음 입자는 이런 강한 기류를 따라 구름 내부를 이동한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과냉각 물방울과 만나게 되고, 물방울은 얼음 입자 표면에 달라붙는 순간 얼어붙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얼음 위에 새로운 얼음층이 계속 쌓이고, 작은 알갱이는 점점 커져 우박으로 성장한다. 큰 우박을 잘라 보면 나무의 나이테처럼 여러 겹의 둥근 층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층은 우박이 구름 속에서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흔적이다.

왜 우박은 바로 떨어지지 않을까?

작은 얼음 알갱이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강한 적란운 내부에서는 상승하는 공기의 힘이 얼음 입자를 계속 떠받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박은 구름 속에 더 오래 머물며 성장할 시간을 얻게 된다.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한 우박 폭풍

2014년 3월,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한 우박 폭풍의 모습

By Juliochavez6827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하지만 우박이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어느 순간 상승기류가 더 이상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우박은 구름 밖으로 떨어진다. 강력한 폭풍에서는 더 큰 우박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큰 우박은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져 자동차 유리를 깨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30℃ 여름날에도 왜 녹지 않을까?

가장 신기한 부분은 이것이다. “얼음인데 왜 따뜻한 공기를 지나면서 모두 녹아 없어지지 않을까?” 그 이유는 떨어지는 속도 때문이다.

작은 우박도 보통 시속 수십 km의 속도로 떨어진다. 큰 우박은 경우에 따라 훨씬 더 빠르게 낙하한다. 높은 구름에서 지상까지 내려오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따뜻한 공기를 지나면서도 완전히 녹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한여름에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을 만날 수 있다.

결국 우박은 추운 겨울의 흔적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태양이 만든 강력한 여름 폭풍의 결과물이다. 뜨겁게 데워진 공기가 하늘로 올라가 거대한 적란운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은 얼음 알갱이가 성장하면서 여름 하늘의 얼음 공장이 작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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