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어색한 웃음, 왜일까?

졸업 단체 사진

입꼬리는 분명히 올라가 있지만, 단체사진 속 얼굴들은 어딘가 낯설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여전히 긴장되어 있다. 그 미묘한 어색함은 단순한 표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뇌가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서로 다른 회로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웃음의 두 표정

19세기 프랑스의 해부학자 기욤 뒤셴(Guillaume Duchenne)은 웃음을 연구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입만 웃는 사람과 눈까지 웃는 사람의 얼굴은 근육의 움직임부터 달랐다.

진짜 웃음은 감정이 터져 나올 때 대관골근(zygomatic major)이 입꼬리를 올리고, 안륜근(orbicularis oculi)이 눈가를 수축시켜 주름을 만든다. 이건 ‘김치!’라는 구호로는  불가능한 근육의 움직임이다.

반대로 억지웃음은 “지금 웃어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후 대뇌의 운동 신호가 전달되어 생긴다. 그래서 입은 움직이지만 눈은 그대로다.

웃음을 지휘하는 두 개의 회로

진짜 웃음은 변연계(limbic system)에서 시작된다. 감정이 먼저 폭발하고, 신경 신호가 추체외로계(extrapyramidal system)를 타고 근육으로 전해진다. 그 과정은 빠르고 무의식적이다. 그래서 눈이 반짝이고, 어깨가 흔들리고, 숨이 바뀐다.

반면, 가짜 웃음은 대뇌 피질(motor cortex)이 주도한다. “웃어야 한다”는 의식적 명령이 추체로계(pyramidal system)를 따라 내려가며 의도된 움직임을 만든다. 하지만 이 신호는 너무 계산적이라, 감정의 타이밍과 동기화되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웃음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감정의 속도까지는 속일 수 없다.

감정을 잃은 얼굴

작은 단체 여행 사진

사진 속 우리의 미소는 대부분 ‘웃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웃음이다. 뇌는 그 순간 감정 회로 대신 운동 회로를 작동시킨다. 그래서 웃음은 만들어지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결여되어 있다. 카메라가 포착하는 건 웃음이 아니라 감정의 부재다.

이건 단지 사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웃는다. 면접 자리에서, 인사 자리에서, 또는 타인의 불편함을 덮기 위해서조차 ‘웃어야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가짜 웃음도 필요하다

본래 웃음은 감정을 나누기 위한 신호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웃음은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장치가 되었다. 감정보다 상황에 먼저 반응하고, 진심보다 역할이 먼저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웃음은 여전히 인간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건 피곤한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내미는 작은 평화적 제스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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