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기호(€)는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단순한 흑백 유로화 심볼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한국에서 살다 보면 유로화 기호 €를 자주 볼 일은 없다. 여행이나 해외 뉴스, 경제 기사에서 스쳐 지나가는 기호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기호는 눈에 띈다. 달러나 엔화와는 다른, 독특하게 균형 잡힌 곡선과 두 개의 가로선 때문이다.

그리스 문자에서 출발한 디자인

유로화 기호의 기본 형태는 그리스 문자 ‘엡실론(epsilon)’에서 비롯됐다. 이는 유럽 문명의 뿌리가 고대 그리스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다. 동시에 엡실론은 영어 알파벳 E와 닮아 있어, Europa의 첫 글자를 연상시키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즉, €의 곡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유럽(Europe)이라는 이름과 그리스 문명이라는 기원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기호다.

두 개의 가로선이 뜻하는 것

엡실론 형태에 더해진 두 개의 평행한 가로선은 유로화 기호에서 가장 상징적인 요소다. 이 선들은 단순한 시각적 균형 장치가 아니라, 통화가 갖춰야 할 핵심 가치인 안정성을 의미한다.

달러 기호($)의 세로선이나 엔화(¥)의 가로선과 마찬가지로, 유로화 기호의 선은 “이 통화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특히 여러 국가가 단일 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의 특성상 신뢰와 안정성은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강조될 필요가 있었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유로화 기호는 1996년에 확정되었고, 공식적으로는 12월 12일에 발표되었다. 통화 이름인 ‘유로(euro)’가 1995년에 먼저 결정된 뒤, 시각적 정체성을 담당할 상징이 뒤늦게 완성된 셈이다.

유로화 기호의 정확한 ‘디자이너’를 둘러싸고는 지금도 논란이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이 기호가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채택되었다는 입장만을 밝혔을 뿐, 특정 개인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일부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이 기호의 구상에 관여했거나 원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가운데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되거나 단독 창작으로 인정된 바는 없다.

색상에도 규칙이 있었다

파란색 바탕에 금색 심볼, 그리고 표기법

인쇄된 유로화 기호(€)와 손글씨로 쓴 유로화 기호

By SergioGeorgini at English Wikipedia, CC BY 2.5, wikimedia commons.

유로화 기호는 배경과 함께 사용할 경우, 유럽연합 깃발과 동일한 색상 체계를 따르도록 정해졌다.

  • 기호(€): 노란색 (Gold)
  • 배경: 파란색 (Reflex Blue)

이는 유로화가 단순한 경제 수단이 아니라, EU 자체의 상징 체계 안에 포함된 존재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장치다.

기호는 앞에 쓸까, 뒤에 쓸까

흥미로운 점은 표기법이다. 공식 규정에 따르면 유로화 기호 €는 ‘50 €’처럼 숫자 뒤에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 사용에서는 많은 나라에서 €50처럼 숫자 앞에 두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달러($) 표기 방식의 영향이 크며, 그 결과 오늘날에는 두 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기호 하나에 담긴 메시지

유로화 기호는 단순한 통화 표식이 아니라, 유럽이라는 공간이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지를 응축한 상징이다. 그 안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유럽으로 이어지는 문화적 연속성과 다국가 통화 체제가 추구하는 안정성, 그리고 정치·경제적 통합의 의지가 함께 들어 있다.

“유로화 기호(€)는 왜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에 대한 1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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