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신문의 사설은 단순한 의견인가, 아니면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도구일까? 예일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대규모 실험은 사설이 실제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논문(“신문 사설이 여론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사설이 독자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Quarterly Journal of Political Science에 게재되었다.
읽은 사람 vs. 읽지 않은 사람
연구진은 두 차례의 실험을 설계했다. 하나는 일반 시민 3,567명, 다른 하나는 지식인 2,169명(언론인, 교수, 법률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은 정치 성향이 제각각이었고,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미국 주요 신문의 사설 5편 ᅳ 기후 변화, 소득세, 교통 지출 등 ᅳ 을 읽었고, 다른 한쪽은 아무것도 읽지 않은 대조군이었다.
그 후 연구팀은 사설에서 제시된 주장과 참가자의 의견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사설을 읽은 그룹에서 65~70%가 글쓴이의 견해에 동의했으며, 대조군은 50% 수준에 머물렀다. 이 차이는 정치적 성향이나 기존 의견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즉, 사설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효과의 지속성
많은 사람이 “기사 읽고 잠시 흔들릴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연구는 설득 효과가 최소 한 달 이상 유지됨을 보여준다. 실험 종료 4주 후 다시 조사했을 때, 사설을 읽은 그룹과 읽지 않은 그룹 간의 의견 차이는 다소 줄었지만 유의미하게 유지되었다. 연구진은 이를 “사설이 단기적 감정 반응을 넘어, 인식 구조에 영향을 준다”고 해석했다.
설득 효과의 범위와 강도
일반 대중과 비교했을 때, 언론인·전문가 같은 지식인 집단은 설득의 강도가 다소 낮았지만 여전히 영향력 하에 있었다. 이는 사설이 정보의 전달뿐 아니라, 논리적 서술과 감정적 호소가 결합된 ‘의견 형성 장치’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는, 설득 효과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이 독자 1인당 0.5~3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계산했다. 즉, 신문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여론 형성 수단인 셈이다.
단순한 글 이상의 의미
이 연구는 사설이 단지 신문사의 입장을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정치적 태도와 사회적 인식을 실제로 재구성할 수 있는 매체임을 증명한다. 독자들은 사설을 읽으며 자신이 이미 가진 신념을 재검토하고, 때로는 그 신념을 수정한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언론의 설득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텍스트의 논리에 설득된다. 사설은 감정적 호소보다는 이성적 논증과 근거 제시로 독자의 판단을 흔든다. 예일대의 이 실험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글의 힘”이 여전히 여론을 움직일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출처:
Coppock A., Ekins E., & Kirby D. (2018). “The Long-lasting Effects of Newspaper Op-Eds on Public Opinion”. Quarterly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13(1), 59-87. 원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