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지진은 오랫동안 인류가 예측하고 싶어 했던 자연현상이다. 기상예보는 점점 정밀해졌고, 화산 활동 역시 감시 체계가 고도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진도 언젠가는 예보가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까지의 과학은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결론을 내린다. 지진은 단순히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예측이 어려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시작
지진은 지표가 아니라 지하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판과 판이 맞물린 단층에서는 오랜 시간 응력이 축적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찰을 이기지 못한 단층이 미끄러지며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것이 지진이다.
문제는 이 “어느 순간”을 미리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지진은 눈에 보이는 변수가 아니라, 지하 깊숙한 곳에서의 미세한 물리 변화로 시작된다. 우리는 그 공간에 직접 접근할 수 없고, 실시간으로 정밀 관측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진 예측의 한계는 여기서 출발한다.
단층의 비선형성

단층의 세 가지 기본 유형
By Karta24,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지진 직전 단층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온도, 압력, 암석의 강도, 광물 배열, 지하 유체의 이동 등이 얽혀 복잡한 상태를 만든다. 이 과정은 단순한 직선적 인과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비선형 체계에 가깝다.
과학자들은 파열이 본격화되기 전의 초기 단계를 ‘핵생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단계가 몇 초인지, 며칠인지, 혹은 더 긴 시간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미세한 전조가 포착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갑작스럽게 대규모 파열이 시작된다.
즉, 지진은 하나의 신호가 곧 결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임계 상태에 도달한 복합 시스템이 언제 붕괴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과 유사하다.
전조 신호의 불안정성
지진 전에는 미세 지진의 증가, 지각 변형, 전기적 이상, 특정 가스 방출 등 다양한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신호가 항상 큰 지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같은 유형의 신호가 나타나도 아무 일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뚜렷한 전조 없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핵심은 신호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신호와 결과 사이의 안정적인 상관관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측은 반복 가능성과 통계적 일관성을 전제로 하지만, 지진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규모를 구별할 수 없는 시작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일명 ‘프리스코퀘이크’)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By Still Picture Records LICO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더 큰 어려움은 작은 지진과 큰 지진이 유사한 방식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초기 파열의 물리 과정만으로는 그것이 수 초 만에 멈출지, 광범위한 단층으로 확장될지 판단하기 어렵다.
즉, 발생 시점뿐 아니라 규모 또한 사전에 구분하기 힘들다. 이 점에서 지진은 예보가 가능한 기상 현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측 대신 확률
현대 지진학이 제공하는 것은 특정 날짜와 시각을 맞히는 ‘예보’가 아니다. 대신 과거 기록과 판의 운동 속도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발생 확률을 추정한다.
또한 지진이 이미 시작된 뒤, 빠르게 도달하는 초기 지진파를 감지해 수 초의 시간을 확보하는 조기경보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신속한 감지다.
마무리하며
지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과학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지구 내부의 물리 과정이 지닌 본질적 복잡성을 보여준다. 과학은 “언제 일어나는가”를 맞히는 대신, “어떻게 피해를 줄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왔다. 내진 설계, 도시 계획, 조기경보 시스템이 그 결과물이다.
결국 지진 과학의 방향은 예측이 아니라 대비라는 방향으로 정리된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