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의 복원 그림
By Yi Jun Seong – the person directly involved,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한국에서 신종 공룡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익숙하지 않다. 더욱이 그 이름이 ‘둘리사우루스’라면 처음에는 가벼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공룡은 단순한 화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고생물학적 위치를 다시 보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다.
발견 장소와 시기
이 공룡 화석은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도 일성산층에서 발견되었다. 화석은 2023년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의 조혜민 박사(당시 연구원)가 발견했으며, 이후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와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공동 연구진의 분석을 거쳐 2026년 3월 국제 학술지 Fossil Record에 신종으로 보고되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새로운 공룡’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룡 계통도 속에서 이 개체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결정하는 작업이었다.
이름의 의미
‘둘리사우루스(Doolysaurus)’라는 이름은 한국 만화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에서 따온 것이다. 학명에 대중문화 요소가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해당 공룡이 작고 비교적 친근한 이미지를 지닌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종명인 ‘허미나이(huhmini)’는 공룡 연구자 허민 교수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처럼 학명에는 발견의 맥락과 연구자의 기여가 함께 담기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연구의 역사와 의미를 압축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공룡인가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 골격 해부도 (축척 10mm, 일러스트 Janet Cañamar)
By J. Jung, K. Kim, H. Jo & J. A. Clarke, CC BY 4.0, wikimedia commons.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는 중생대 백악기(약 1억 300만~9,400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으로, 발견된 개체의 몸길이는 약 1미터 안팎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암석 속에 묻힌 뼈의 발달 상태를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분석한 결과, 이 공룡이 대략 2세 미만의 어린 개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개골과 척추 일부가 함께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공룡 화석은 주로 발자국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골격이 남아 있는 사례는 연구 가치가 높다.
또한 위석이 함께 발견된 점은 이 공룡의 식성을 추정하는 단서가 된다. 위석은 소화를 돕기 위해 삼킨 돌로, 식물성 먹이를 포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완전한 육식보다는 잡식성에 가까운 생활 방식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몸에 털과 유사한 구조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초기 조반류 공룡에서 나타나는 특징과도 연결된다.
분류와 학술적 의미
이 공룡은 초기 조반류(鳥盤類, Ornithischia)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겉보기에는 작고 단순한 형태지만, 계통적으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이 계통의 공룡이 아시아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공룡의 이동 경로는 단순히 대륙의 위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 생태 환경, 그리고 개체군의 확산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반도는 단순한 ‘변방’이 아니라, 특정 계통의 분화와 이동이 이루어진 경로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왜 중요한 발견인가

한국 공룡 골격 화석 분포도 (녹색•붉은색: 유효 분류군, 검은색 물음표: 불확실 분류군)
By J. Jung, K. Kim, H. Jo & J. A. Clarke, CC BY 4.0, wikimedia commons.
이 발견은 한국 공룡 연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의 공룡 연구는 발자국 화석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는 행동과 이동 패턴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해부학적 구조나 진화 관계를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처럼 골격이 포함된 화석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 특히 두개골은 공룡의 분류와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 발견은 단순히 “한국에서도 공룡이 나왔다”는 수준을 넘어, 한반도가 공룡 연구에서 실질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임을 보여준다.
마무리하며
둘리사우루스 허미나이는 전남 신안에서 발견된 백악기 공룡으로, 작은 체구와 비교적 완전한 골격 화석이 특징이다. 이름은 대중문화와 연구자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으며, 학술적으로는 공룡의 계통과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발견은 한국 공룡 연구가 발자국 중심에서 골격 중심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