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계 방향으로 달리는 육상 트랙, 그 이유는?

왼쪽에서 오르쪽으로 트랙을 달리는 여자 선수

서론

세계 어디서나 육상 경주를 보면, 선수들은 한결같이 반시계 방향(counterclockwise)으로 달린다. 이건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명문화된 규정에 따른 것이다. 1913년 국제육상연맹(IAAF, 현 세계육상연맹 World Athletics)은 ‘선수는 왼손이 트랙의 안쪽을 향하도록 달려야 한다’(제163.1조)는 규정을 제정했다.

이후로 모든 국제대회는 이 방향을 표준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정작 ‘왜 하필 반시계 방향인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규정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학자들은 그 답을 두 가지 관점 ᅳ 생리학적, 그리고 문화적 이유 에서 찾고 있다.

생리학적 이유

사람의 몸은 완벽히 대칭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른손잡이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왼쪽보다 더 강하고 세밀한 조절이 가능하다. 따라서 커브를 돌 때 왼쪽으로 기울이는 자세가 더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다.

이때 곡선 주로를 반복해서 돌면, 무릎과 엉덩이 같은 관절에는 회전력이 누적되는데, 반시계 방향으로 달릴 경우 이러한 비틀림 스트레스가 최소화된다. 오른쪽 다리가 체중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고, 왼쪽 다리가 방향 전환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조합은 관절과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부상 위험을 낮추는 생리학적 효과를 낳는다.

또한 심장이 왼쪽에 치우쳐 있는 인체 구조상, 왼쪽으로 도는 회전은 혈류 흐름과 근육의 긴장 분포 면에서도 더 자연스러운 방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결국 반시계 방향은 신체 균형과 효율성 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육상뿐 아니라 경마, 사이클, 스피드 스케이팅 같은 트랙 종목에서도 거의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공통점이 있다.

시각적·문화적 이유

시지각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대상을 더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선천적인 생리 반응이라기보다 문화적·인지적 습관에 가까운 현상이다. 서양권에서는 글과 숫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이 방향의 시선 이동이 ‘진행’이나 ‘전진’을 의미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내면화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문화적·인지적 요인이 결합되어 ‘보기 좋은 방향’이 경기의 표준 방향으로 굳어졌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결론

공식 규정은 ‘왜’라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지만, 인체의 비대칭성과 시각적 습관이라는 두 요인은 이 방향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배경을 잘 보여준다. 왼쪽으로 도는 방향은 신체적으로 효율적이고, 시각적으로도 익숙한 선택이다. 결국 육상 트랙의 반시계 방향은 과학과 문화가 함께 만들어 낸 가장 ‘인간적인 규칙’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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