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레라균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
Copyrighted free use, wikimedia commons.
사라지지 않는 질병
콜레라는 오래된 전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유행했을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라는 의미로 괴질(怪疾)이라 불렸고, 1821년 신사년에 크게 퍼지면서 ‘신사년 괴질’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후 일본을 통해 서양 의학이 들어오면서 ‘콜레라(cholera)’라는 명칭이 전해졌고, 이를 한자로 음차한 ‘호열랄(虎列剌)’과 ‘호열자(虎列刺)’가 함께 사용되었다.
위생 환경의 개선으로 한동안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다. 2022년에는 전 세계 보고 환자가 약 47만 건으로 급증했으며, 이후 증가세가 이어져 2025년에는 60만 건을 넘어섰다. 콜레라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다시 확산 국면에 들어선 질병이다.
물을 통한 감염
콜레라는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된다. 원인은 비브리오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이다. 이 세균은 물속에서 생존하며, 처리되지 않은 식수나 오염된 음식과 함께 인체로 들어간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30만에서 400만 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은 주로 오염된 식수를 마시거나, 날것 또는 덜 익은 해산물을 섭취할 때 발생한다. 또한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는 과정에서도 전파될 수 있다. 콜레라 환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에 포함된 균이 물과 음식으로 유입되면서 감염이 반복된다.
일반적으로 감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비교적 많은 수의 균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산이 부족한 상태이거나 위 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는 더 적은 양의 균으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의 진행
콜레라에 감염되면 갑작스러운 설사가 나타난다. 특징적인 증상은 쌀뜨물처럼 보이는 수양성 설사이며,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빠르게 손실된다.

의료진이 탈수 증상 완화를 위해 경구 수분 보충 용액(ORS)을 제공하고 있다.
By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문제는 탈수이다. 심한 경우 짧은 시간 안에 탈수가 진행되며, 적절한 수분 보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치료는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핵심이며, 경구 수분 보충 용액(ORS)이 널리 사용된다. 일부 감염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균을 배출하며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
위생 구조와 환경
콜레라는 특정 지역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다.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는 환경과 불완전한 하수 처리 시스템이 결합될 때 발생한다. 최근 몇 년 동안 30개국 이상에서 동시에 발병이 보고된 것도 이러한 조건이 여러 지역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 위에 환경 변화가 더해지면서 확산은 가속된다. 기온 상승과 가뭄은 깨끗한 물의 공급을 줄이고, 사람들을 오염된 수원으로 내몬다. 반대로 홍수는 오염된 물을 넓게 퍼뜨린다. 실제로 2022년 말라위에서는 홍수 이후 콜레라가 급속히 확산되었고,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콜레라는 세균의 문제가 아니라, 위생과 환경 조건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구조적 질병이다.
사회적 붕괴와 반복
분쟁과 경제 위기는 콜레라 확산을 가속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난민과 이주민이 증가하고, 과밀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면 위생 수준은 급격히 떨어진다. 의료 체계가 약화된 상황에서는 초기 대응도 어려워진다. 실제로 콜레라는 아이티와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정치적·사회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지역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조건이 반복되면서 콜레라는 특정 시기에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머물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발병 국가 수가 증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콜레라는 통제된 질병이 아니라, 같은 조건이 형성될 때마다 다시 나타나는 구조를 가진다.
마무리하며
콜레라는 오염된 물에서 시작된 감염이 위생 인프라, 기후, 사회적 조건과 결합하며 확산되는 질병이다. 이 질병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콜레라는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조건이 갖춰지면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의 확산은 이 질병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