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블랙 다이아몬드 샤안-에-콜카타(Shaan-e-Kolkata), 121.32캐럿, 라운드 컷 보석
By Trishtha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검은 다이아몬드
검은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는 기본적으로 단결정 다이아몬드(monocrystalline diamond)가 내부의 결함과 불순물 때문에 검은빛을 띠게 된 보석이다. 탄소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는 일반 다이아몬드와 동일하지만, 그 내부에 흑연이나 미세한 포획물(inclusion), 구조적 균열(fracture)이 많아질수록 빛이 복잡하게 산란되거나 흡수되면서 어둡고 불투명한 색을 띤다. 검은 다이아몬드의 색은 흑연과 포함물, 결정 결함이 뒤섞여 나타나는 결과이다.
혼동의 원인
보석 시장에서는 검은색 탄소 기반 광물을 모두 ‘검은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으로 포괄적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이 느슨한 명칭 사용 때문에, 실제로는 다이아몬드가 아닌 물질까지 같은 부류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카르보나도(carbonado)다. 외형은 검은 다이아몬드와 비슷하지만, 구조와 기원, 성질에서 전혀 다른 광물이다.
카르보나도 원석. 금강광을 띠지만 빛을 흡수함
By Cyril cawa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카르보나도
카르보나도(carbonado)는 단결정이 아니라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결정들이 빽빽하게 결합된 다결정성(polycrystalline) 탄소 광물이다. 내부에는 흑연(graphite), 미세한 기공(microporosity), 결정 파편 등이 불규칙하게 섞여 있어 단결정 다이아몬드가 가진 균질한 구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집합체 구조 때문에 광물학에서는 카르보나도를 단결정 다이아몬드와 독립된 형태로 분류하며, 색은 검지만 형성과정과 내부 조직은 검은 다이아몬드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기원의 차이
검은 다이아몬드는 일반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지구 내부 깊은 곳에서 형성된다.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탄소가 단결정 구조로 응축된 뒤, 화산 활동을 통해 지표로 운반된다. 검은색은 이 과정에서 포함된 흑연과 미세한 내포물, 구조적 결함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며, 형성 과정 자체는 다른 다이아몬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카르보나도의 기원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이 광물은 특정한 근원 암석이 발견되지 않고 충적층에서만 산출되기 때문에, 지구 내부에서의 일반적인 형성 모델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부 연구는 고대 지각에 운석 충돌이 일어났을 때 발생한 극한의 압력과 온도가 카르보나도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또 다른 연구는 초신성 폭발과 같은 우주적 사건에서 생성된 탄소 물질이 초기 지구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이니그마 사례
2022년 2월 9일 영국 런던 소더비(Sotheby’s) 온라인 경매에서 316만 1,000파운드(약 51억 원)에 낙찰된 ‘디 이니그마(The Enigma)’는 당시 검은 다이아몬드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전문가적 관점에서 보면 이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카르보나도라고 해야 정확하다. 시장에서는 외형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였지만, 학계는 결정 구조와 기원을 기준으로 두 광물을 엄격히 구분하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검은 다이아몬드는 검게 보이는 단결정 다이아몬드를 의미하며, 카르보나도는 외형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탄소 광물이다. 두 광물은 상업적 명칭 속에서 종종 혼용되지만, 구조와 기원은 분명히 다르다. 검은 다이아몬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은 구별을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검은빛의 다이아몬드가 가진 의미와 그와 유사한 외형을 가진 다른 광물의 정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