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Avocado)는 언제가 제철일까 ᅳ 가지에 달려 멈춘 시간

나무에 달려 있는 많은 아보카도들

대형마트의 진열대나 카페의 샐러드 메뉴를 보면 아보카도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딸기나 복숭아처럼 한철 지나면 사라지는 과일들과 달리 아보카도는 사계절 내내 ‘제철 과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수입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보카도 자체의 생리적 특성 때문이다.

나무 위에서 시간이 멈추는 과일

아보카도는 대부분의 과일과 달리 비기후성(non-climaterico) 과일이다. 일반적인 과일, 예를 들어 사과나 바나나는 수확된 뒤에도 에틸렌(ethylene) 이라는 식물 호르몬의  작용으로 숙성이 계속된다. 그러나 아보카도는 반대다.

나무에 달려 있는 동안에는 거의 익지 않는다. 숙성은 나무에서 떨어진 뒤에야 시작된다. 이는 아보카도 나무가 만들어내는 숙성 억제 효소, 즉 에틸렌 반응을 늦추는 생리적 메커니즘 덕분이다.

이 메커니즘은 과일의 성숙 과정을 지연시켜 아보카도가 약 7개월간 나무에 매달린 채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즉, 아보카도 나무는 스스로 “자연의 저장고” 역할을 수행한다.

열대의 생존 전략

시카고 식품기술연구소(Institute of Food Technologists)의 칸타 셸케(Kantha Shelke) 박사는 나무에 달린 아보카도에 숙성을 촉진하는 에틸렌을 노출시켜도 거의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고온으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한 자연의 방어 메커니즘 때문이다.

대부분의 열대 과일은 높은 온도에서 숙성이 빠르게 진행되지만, 아보카도는 오히려 그 과정을 늦추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는 고온으로 인한 과육의 손상을 막기 위한 아보카도 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다.

그래서 가능한 사계절 수확

농부들은 이 독특한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익지 않은 아보카도를 나무에 둔 채로 보관하다가 시장 수요에 맞춰 필요할 때만 수확한다. 그 덕분에 한 나무에서도 몇 달 간격으로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하다. 결국 아보카도는 ‘1년 내내 제철’이라기보다 나무 위에서 제철을 연장하는 과일인 셈이다.

느리게 익는 완벽한 타이밍

아보카도는 시간을 조절할 줄 아는 과일이다.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는 멈춰 있고,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성숙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계절 내내 ‘제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정교하게 늦춰진 시간의 산물이다. 자연이 설계한 이 느린 리듬 덕분에 아보카도는 지금도 세상의 모든 계절 속에서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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