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랄해(Aral Sea), 사라져가는 바다의 풍경

아랄해 1989와 2014 비교

1989년의 아랄해(왼쪽)와 2014년(오른쪽)의 아랄해 면적 비교

By NASA. Collage by Producercunningham,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한때 바다라 불리던 호수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자리한 아랄해는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다. 면적은 약 68,000㎢에 달했으며, 사막지대 속 푸른 바다 같은 존재였다. 수산업과 항운이 활발했고, 어촌과 항구 도시들이 번영했다.

인간이 만든 급격한 축소

1960년대 들어 소련은 중앙아시아를 목화의 주요 생산지로 만들기 위해 강력한 관개 정책을 추진했다. 아랄해로 흘러들던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의 수량 대부분이 농업용으로 전용되면서 호수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몇십 년 만에 아랄해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 작은 호수로 쪼개지며 사실상 ‘사라지는 바다’가 되었다. 현재는 원래의 약 10%만 남아 있으며, 남아 있는 물줄기도 북아랄해와 남아랄해로 나뉘어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황량한 현재의 풍경

오늘날의 아랄해 풍경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호수 바닥이 드러난 자리에는 모래와 소금이 뒤엉킨 불모지가 펼쳐져 있고, 과거의 어선들이 바다 대신 사막 위에 녹슨 채 버려져 있다. 이곳은 ‘배들의 묘지’라 불리며, 자연과 인간의 불균형이 남긴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아랄해 버려진 선박

아랄해의 바닥이었던 곳에 위치한 모이나크 선박 묘지의 버려진 배들

By Arian Zwegers, CC BY 2.0, wikimedia commons.

복원 시도와 한계

카자흐스탄 정부는 북아랄해에 코카랄 댐을 건설하여 수위를 일정 부분 회복시켰다. 그 결과 어류가 다시 돌아오고, 작은 규모로나마 어업이 재개되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쪽 남아랄해는 여전히 물길이 끊긴 채 황량한 사막으로 남아 있으며,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랄해 2024년 8월 현재

2024년 8월의 아랄해(NASA Earthdata의 월드뷰 서비스)

By Theskieshface0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사라진 바다가 남긴 교훈

아랄해는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 황량한 풍경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던진다. 인간의 선택과 개발이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릴 때, 세상의 풍경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랄해는 단순한 사라진 호수가 아니라, 세계의 풍경 속에 남겨진 경고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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