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서 음식이 예전만큼 향긋하지 않거나 익숙한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흔히 ‘입맛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미각보다 후각이 약해진 결과일 수 있다. 혀가 감지하는 기본적인 맛에 음식의 향이 더해져 우리가 느끼는 풍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후각은 어떻게 작동할까?
공기 중의 냄새 분자가 코로 들어오면 비강 위쪽의 후각상피에 있는 감각세포가 이를 감지한다. 여기서 발생한 신호는 후각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된다. 뇌는 전달된 신호를 분석해 그것이 커피 향인지, 양파 냄새인지, 아니면 무언가 타는 냄새인지를 구별한다.
후각을 담당하는 감각세포는 신경세포이면서도 손상된 뒤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후각계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재생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후각신경과 뇌가 냄새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이런 변화들이 겹치면서 냄새를 감지하거나 서로 다른 냄새를 구별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후각 기능 저하가 확인된 비율은 40대 4%, 50대 11%, 60대 13%였다. 70대에는 25%, 80세 이상에서는 39%로 높아졌다. 다만 후각이 떨어지는 정도에는 개인차가 크며,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냄새를 똑같이 약하게 느끼는 것도 아니다.
미국 조사에서는 후각 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후각에는 유전적 특성과 건강 상태, 생활환경도 영향을 미치므로 나이와 성별만으로 개인의 후각 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
냄새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노화로 후각이 약해진다고 해서 모든 냄새가 같은 정도로 희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은 60~98세 노인 251명과 20~39세 성인 92명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음식 냄새를 느끼는 정도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후각검사에서 사용하는 단일 냄새 물질 대신 커피·양파·버섯·구운 고기·오렌지·라즈베리·바닐라 등 일상에서 익숙한 14가지 음식 향을 검사에 사용했다. 그 결과 노인 집단은 구운 고기와 양파, 버섯 냄새의 강도를 젊은 집단보다 약하게 느꼈다. 반면 오렌지와 라즈베리, 바닐라 향에서는 두 집단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특정 냄새가 다른 냄새보다 더 빠르게 쇠퇴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 같은 사람의 후각을 장기간 추적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연령 집단을 한 시점에서 비교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령에 따른 후각 차이가 냄새의 종류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보여준다.
냄새를 약하게 느낀다고 반드시 그 음식을 싫어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노인들은 구운 고기와 양파, 버섯 냄새를 상대적으로 희미하게 느꼈지만 이들 음식 냄새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냄새의 강도와 음식에 대한 호감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왜 특정 음식 냄새에서 차이가 컸을까?
연구진은 고기와 버섯, 양파처럼 짭짤하고 감칠맛을 연상시키는 음식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난 점에 주목했다. 나이가 들면 기본적인 맛 가운데 짠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비교적 많이 떨어지며, 이러한 미각의 변화가 짭짤한 음식의 향을 인식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혀로 느끼는 맛과 코로 감지하는 향이 하나의 풍미로 결합된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미각의 변화가 특정 음식의 향과 풍미를 인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짠맛과 감칠맛은 혀로 느끼는 미각이고, 고기나 버섯의 향은 코로 감지하는 후각이다. 두 감각의 관계만으로 연구 결과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연구진도 이를 직접 입증된 원인이 아니라 가능한 설명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후각 저하는 식욕과 영양 상태를 바꿀 수 있다
후각이 약해지면 음식의 풍미가 줄어들고 먹는 즐거움도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질병이나 활동량 감소로 이미 식사량이 줄어든 노인에게는 후각 저하가 식욕 부진과 영양 부족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음식에 소금이나 설탕을 지나치게 넣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도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노년기의 식욕 저하는 복용하는 약이나 치아 문제, 만성질환, 우울감,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후각은 그중 하나의 요인이지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음식이 밋밋하게 느껴질 때는 소금이나 설탕만 늘리기보다 허브와 향신료, 레몬즙 등을 활용하는 편이 좋다. 음식의 색과 식감, 온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식욕을 자극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냄새를 맡는 능력은 안전과도 연결된다
후각은 음식의 즐거움을 높일 뿐 아니라 주변의 위험을 알려주는 감각이다. 후각이 약해지면 상한 음식을 구별하거나 가스 누출과 화재로 발생한 연기를 알아차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후각이 떨어진 사람이 생활하는 집에서는 연기와 가스 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음식도 냄새에만 의존해 상태를 판단하지 말고, 개봉 날짜와 보관 기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후각 저하는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후각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냄새를 맡는 능력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짧은 기간에 뚜렷하게 떨어졌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감기와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 알레르기성 비염과 만성 부비동염, 비용종, 머리 부상, 흡연과 일부 약물이 후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후각장애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후각이 약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이러한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각 변화가 갑작스럽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후각의 변화는 단순히 향을 덜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의 풍미와 식욕, 영양 상태는 물론 일상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연스러운 노화로 나타나는 변화와 질병이나 감염으로 발생한 후각장애를 구별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