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칼로리와 뇌의 전기

뇌에 전기가 발생하는 활성화된 이미지

엉뚱한 가정

만약 생각만으로 살이 빠진다면 어떨까. 복잡한 문제를 풀고 회의하고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동안, 우리 몸속에서 지방이 서서히 연소된다면? 혹은 뇌가 만들어내는 전기를 이어폰이나 휴대폰에 바로 공급할 수 있다면 어떨까. 단지 ‘생각’만으로 충전되는 세상이 펼쳐진다면 말이다.

물론 이건 모두 황당한 상상이다. 하지만 이 상상을 과학의 눈으로 조금 천천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생각 칼로리

열심히 생각하면 칼로리가 더 소모될까? 우리 몸은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쓴다. 심장이 뛰고, 폐가 호흡하며, 체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약 1,200~1,500kcal가 소비된다. 그중 약 20%는 오로지 뇌의 활동에 쓰인다. 즉, 복잡한 문제를 풀든 멍하니 드라마를 보든, 뇌는 이미 에너지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집중적으로 사고한다고 해서 칼로리 소비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뇌의 특정 부위가 더 활발해지더라도 전체 대사량의 변화는 미미하다. 결국 ‘생각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뇌는 이미 평상시에도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뇌의 전기

뇌의 활동은 전기 신호의 교향곡이다. 신경세포(뉴런)는 활성화될 때마다 약 1나노암페어, 즉 10억 분의 1암페어의 전류를 만들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미세한 양이지만, 인간의 뇌에는 약 800억 개의 뉴런이 있어 일부가 동시에 반짝인다. 이 전류를 모두 합치면 약 0.085와트, 저전력 LED 전구 하나를 밝힐 정도의 전력이다. 이 작은 전류들이 감정과 기억, 사고, 그리고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뇌의 전기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을까? 공상처럼 들리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이 미세한 전기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만든 마틴 쿠퍼(Martin Cooper)는 2023년 “다음 세대는 귀밑에 휴대전화를 심게 될 것이며, 우리 몸이 곧 충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상에 가깝다.

뉴런의 전류를 뇌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추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뇌는 전기를 ‘생산’하기보다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전하를 ‘소비’하는 기관이다. 결국 뇌의 전기는 내부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한 언어일 뿐, 외부 기기를 구동할 만한 에너지원은 아니다.

마무리하며

생각을 많이 해도 칼로리 소모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 뇌는 이미 평상시에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그 소비량은 거의 일정하다. 또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는 극히 미세해, 외부 기기를 움직일 만한 수준이 아니다. 결국 ‘생각으로 살이 빠지거나 휴대폰을 충전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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