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 아메리칸 드림의 빛과 그림자

위대한 캐츠비 소설 표지

배경이 없는 1925년판 『위대한 개츠비』 표지 리터치본의 크롭 버전

By Francis Cugat,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작가와 작품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 1896~1940)는 20세기 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재즈 시대(Jazz Age)’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재능 있는 문필가로 주목받았고, 1920년에 발표한 첫 장편 『낙원의 이편』으로 일약 유명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사치와 방탕, 그리고 불안정한 결혼 생활은 그의 삶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결국 44세의 짧은 생애를 마쳤지만, 그는 시대의 화려함과 허무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기록한 작가로 남았다.

그의 대표작인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1925년 출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으나, 훗날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재평가되었다. 미국 도서관협회와 모던 라이브러리가 뽑은 20세기 100대 소설 중 하나로 손꼽히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

소설의 줄거리 중서부 출신 청년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증권업에 종사할 목적으로 뉴욕에 왔다. 그는 롱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West Egg)에 자리를 잡는다. 닉이 얻은 작은 집 옆에는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대저택이 있었고, 그 주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갑부 제이 개츠비(Jay Gatsby)였다.

닉은 사촌인 데이지 부캐넌(Daisy Buchanan)과 그녀의 남편 탐 부캐넌(Tom Buchanan)을 만나러 자주 이스트 에그로 향한다. 데이지는 탐의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아가지만, 남편은 오만하고 위선적이었다. 탐은 이미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그녀는 가난한 정비공 조지 윌슨(George Wilson)의 아내 머틀 윌슨(Myrtle Wilson) 이었다. 조지는 황량한 재의 계곡(Valley of Ashes)에서 자동차 수리소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닉은 어느 날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성대한 파티에 초대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술과 음악을 즐겼지만 정작 주인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곳에서 닉은 처음으로 개츠비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개츠비는 세련된 매너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으며, 곧 닉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그것은 바로, 과거에 사랑했지만 잃어버린 데이지와 다시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닉의 주선으로 개츠비와 데이지는 재회한다. 오랫동안 간직한 감정은 다시 불타올랐고, 개츠비는 데이지를 위해 쌓아온 부와 호화로운 저택을 보여주며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데이지는 여전히 탐과 얽혀 있었고, 탐은 개츠비의 출신과 과거를 파헤치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정적인 갈등은 뉴욕의 플라자 호텔(Plaza Hotel)에서 폭발한다. 탐은 개츠비의 부가 범죄와 불법 거래에서 비롯되었음을 폭로하고, 데이지는 혼란에 빠진다. 긴장된 대치 끝에 돌아오는 길에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데이지가 운전하던 개츠비의 차가 머틀을 치어 죽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은폐되고, 모든 책임은 개츠비에게 돌아간다.

머틀의 죽음에 절망한 조지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개츠비를 아내의 살인범으로 믿는다. 그는 개츠비의 저택을 찾아가 총을 쏘아 그를 죽이고, 곧 자신도 목숨을 끊는다.

화려한 파티와 부의 상징이었던 개츠비의 저택은 곧 텅 빈 공간으로 변한다. 생전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을 드나들었지만, 장례식에는 닉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닉은 동부의 허영과 위선적인 삶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끝까지 꿈을 믿었던 개츠비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깊이 새긴다.

주제와 상징

  1.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개츠비는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창조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이는 겉으로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동기가 ‘데이지를 되찾겠다’는 개인적 욕망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또 그의 부가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드림의 본질이 왜곡되었음을 보여준다.

즉, 꿈은 성취했지만 사회적 인정은 얻지 못하고, 결국 계급의 벽 앞에서 무너진다. 이는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지점이다.

  1. 사랑과 집착의 비극

개츠비가 쫓은 것은 ‘데이지 그 자체’라기보다 과거의 한 순간과 그 순간이 상징하는 환상이다. 그는 데이지를 통해 “잃어버린 이상”을 복원하려 하지만 현실 속 데이지는 이미 탐과의 삶에 깊이 얽혀 있다. 따라서 개츠비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했다. 이처럼 사랑이 아니라 집착으로 변질된 욕망이야말로 비극의 핵심이다.

  1. 계급과 특권 사회

개츠비는 부자가 되었음에도 끝내 “이스트 에그”의 낡은 상류층에 편입되지 못한다. 반면 탐과 데이지는 부도덕하고 무책임하지만 태생적 특권 덕분에 끝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 대비는 미국 사회가 표방한 기회의 평등이 허구에 불과함을 드러낸다.

  1. 닉의 시선과 도덕적 성찰

이야기는 닉 캐러웨이의 회고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처음엔 중립적 관찰자처럼 보이나, 끝내 개츠비만을 “위대한 인물”로 기억한다. 이는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세속적 허영과 위선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믿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닉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는 개츠비의 실패를 넘어, 오히려 인간적인 위대함을 발견하게 된다.

  1. 상징적 장치들
  • 녹색 불빛: 강 건너 데이지의 집에서 반짝이는 이 불빛은 개츠비의 희망이자, 동시에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은유이다.
  • 재의 계곡: 도시의 화려함 이면에 버려진 황폐한 공간으로, 물질문명 뒤의 도덕적 몰락을 상징한다.
  • 에클버그 박사의 눈: 신의 시선을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낡은 광고판일 뿐이다. 이 공허한 눈은 신이 부재한 시대에 남겨진 허무한 감시자이다.
  • 개츠비의 파티: 화려하지만 피상적인 시대 정신을 드러내며,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상징한다. 파티에 몰려든 사람들은 그의 죽음 앞에서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소설의 영화화

위대한 개츠비 무성영화 포스터 1926

1926년 무성 영화 『위대한 개츠비』 극장 포스터

By Famous Players-Lasky/Paramount Picture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위대한 개츠비』는 책으로만 머물지 않았다. 출간 이듬해인 1926년, 파라마운트에서 무성 영화로 처음 제작되었고, 이후 시대를 달리하며 여러 차례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1949년에는 흑백 영화로 리메이크되었으며, 1974년에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를, 미아 패로우가 데이지를 연기한 작품이 나왔다. 특히 이 영화는 당시의 세련된 의상과 시대적 분위기를 충실히 담아내며, 원작을 스크린에 본격적으로 옮긴 대표적인 시도로 기억된다.

이후 2000년에는 텔레비전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토비 스티븐스와 미라 소르비노가 주연을 맡아 새로운 세대의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영화화는 2013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개츠비, 캐리 멀리건이 데이지, 토비 맥과이어가 닉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영상과 현대적인 음악을 결합해 원작을 대중적으로 새롭게 해석했고, 많은 관객이 개츠비의 이야기를 다시금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론

『위대한 개츠비』는 화려한 파티와 부의 상징 뒤에 숨은 인간의 허무와 집착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개츠비는 비극적으로 무너졌지만, 닉의 회고 속에서는 “끝까지 꿈을 믿은 낭만적인 인물”로 남는다.

오늘날까지도 이 작품은 “꿈을 향한 집착과 그 한계”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는 여전히 시대를 넘어 빛나는 ‘쓸쓸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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