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은 대개 진실의 일부를 품고 있다. 이야기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전체적으로 어떤 개연성이 있을 때 믿을 만한 거짓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숙련된 거짓말쟁이일수록 진실과 거짓을 섞어 ‘믿을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왜 우리는 거짓말을 할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거짓말은 “타인을 속이기 위해 고의로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행위”다. 즉, 의식적이고 선택적인 행동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이익을 지키거나 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기 위해, 또는 자신을 더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의식적인 선택이다.
인류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마키아벨리식 지능(Machiavellian intelligence)’이라 부른다. 즉, 사회적 경쟁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능력이다.
선의의 거짓말
거짓말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예의나 배려의 형태로 ‘선의의 거짓말’을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그 헤어스타일 참 잘 어울려요.”, “오늘 발표 정말 훌륭했어요” 같은 표현은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한 사회적 완충 장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친구에게 생일선물 마음에 든다고 해”, “할머니가 해주신 반찬 맛있다고 말씀드려야지” 같은 말을 들으며,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작은 거짓말의 규칙, 즉 사회적 말의 온도를 배워간다.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
우리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사람들은 실제보다 자신을 더 도덕적이고 관대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자기기만(self-deception)은 진화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말투나 표정에서 불안이나 두려움이 드러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기만은 스스로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이기도 하다. “나는 공정하게 행동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도 그것을 합리화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잘 간파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폴 에크만(Paul Ekman)과 모린 오설리반(Maureen O’Sullivan) 등의 조사에 따르면 거짓말을 구별하는 정확도는 단순한 추측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문 수사관조차 그 비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표정이나 눈동자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거짓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도 감정이 얽힌 관계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사랑할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oxytocin)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을 의심하거나 감지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진실은 언제나 옳을까
모든 진실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편이 더 현명한 경우도 있다. 진실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지만, 잘못된 때나 잘못된 사람에게 말하면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결국 거짓말은 인간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한 본능적인 언어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그 경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