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압도된 순간,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

피렌체 산타 크로체 대성당

피렌체 산타 크로체 대성당, 조토의 종탑에서 내려다본 모습

By Dllu – Own wo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아름다움이 압도하는 순간

여행 중 예술 작품과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단순한 감탄일 수도 있고, 오래 기억 속에 남을 작은 떨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그 감정이 몸과 마음 전체를 흔들 정도로 강렬하게 밀려오기도 한다. 이 현상은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이라 불리며,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피렌체의 성당에서 시작된 이름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스탕달(Stendhal)은 1817년 피렌체(Florence)의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di Santa Croce)을 찾았다. 성당 안에는 조토(Giotto)의 프레스코와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마키아벨리 같은 인물들의 무덤이 놓여 있었다.

길릴레오 길릴레이의 무덤

피렌체 산타 크로체 대성당에 있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무덤

By Jebulon – Own work, CC0, wikimedia commons.

스탕달은 이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심장 박동의 증가와 영혼의 흔들림을 느꼈다.   생명이 빠져나가는 듯한 황홀경에 빠져서 그는 걸음을 옯길 수도 없었다. 이 장면은 그가 1817년에 남긴 여행기 『Rome, Naples et Florence』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근대 이후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서 비슷한 반응이 반복되자, 1979년 이탈리아 정신과 의사 그라지엘라 마그리니(Graziella Magherini)는 스탕달의 피렌체 방문 경험을 참조하여 이 현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 명명했다.

아름다움이 인간에게 다가오는 방식

스탕달 신드롬은 단순히 한 예술 작품에 대한 감동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분위기, 작품에 담긴 역사적 서사, 그리고 개인의 감정 상태가 동시에 겹쳐질 때 발생하는 복합적인 정서적 반응이다.

예술은 단순히 시각적 대상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에는 그것이 태어난 시대의 감정과 인간적 서사가 깃들어 있으며, 우리는 그 여러 층위가 순간적으로 맞물릴 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진동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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